검찰이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사례로 꼽은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 사건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를 예상한 듯 숙연한 자세로 지내온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노건평씨(66)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63)은 각각 4일과 12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지낸다.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은 지난 7월 서울 양재동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확정된 이후 줄곧 의정부교도소에서 생활하다 이번 사건 조사 문제로 성동 구치소로 이감됐다.
서울 구치소 관계자에 따르면 노씨는 현재 서울구치소 6동하 약 6㎡(1.85평) 규모의 독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박 회장은 경제사범 등과 함께 5~6인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공범들끼리는 구치소 내에서 대면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 때문에 노씨와 박 회장은 구치소 내에서 서로 얼굴을 보기 힘들다.
또 검찰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할 때에도 개별 호송이 이뤄지고 있고, 같은 호송차량에 탑승할 경우 교도대원이 1인당 1명씩 감시하고 있어 대화를 나누거나 표정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노씨와 박 회장의 교도소 생활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이들은 허락된 운동 시간에 일반 수용자들과 어울릴 수 있지만 특별히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독방에 수감된 노씨의 경우 교도관과도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있으며, 통상 수용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벽을 치는 방식의 수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비슷한 죄목끼리 한 방을 쓰도록 묶는 방침에 따라 나이 많은 경제사범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박 회장도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과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성동 구치소 7동에 수감 중이다. 같은 동에 홍기옥 전 세종캐피탈 사장도 수감돼 있지만 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거리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도 교도소 생활은 물론 검찰 호송 시 대화를 나누거나 의사 소통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성동 구치소 관계자는 "토요일은 직계가족만 면회가 허용되고 일요일은 면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가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문과 책을 읽으며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정 전 회장의 가족 면회는 거의 없었고, 전 부하 직원 등 측근 인사들이 2~3일 간격으로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치소의 기상 시간은 아침 6시20분이며 취침시간은 저녁 8시20분이다. 수감자들은 하루 세끼 국과 두 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식사를 한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하루 1차례 10~15분 동안 외부인과 면회할 수 있으며, 변호인의 접견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가능하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이날 노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박연차 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된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