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박애정신(Charity), 유럽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선비정신이 있다.
옛날 우리는 부와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가치보다 인의(仁義)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는 사람을 진정한 선비라 불렀다.
선비들은 올바른 가치를 따르고 굽히지 않으며 인간에 대해 어진 마음과 의리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최근 지역대학에 200억원대 개인 토지를 기부한 인터불고 권영호 회장을 이 시대의 선비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기부...진정한 선비
얼마 전 권 회장은 경북 칠곡군에 있던 243만여㎡의 땅을 계명대에 무상으로 기증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통상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란 취지에서 이뤄지는 기업인들의 기부와는 달리 개인재산을 선뜻 내놓은 그의 행동에 지역사회는 감동했고 자선 기부문화의 귀감이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다.
권 회장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에 사용할 목적으로 그간 개인적으로 보유한 땅을 지역대학에서 더 뜻 깊고 유용하게 사용해줄 것이라고 판단해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하게 됐다"고 기증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회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경북 울진 죽변 출신인 그는 지난 1986년 동영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5억원 규모의 장학금과 교육기자재를 지원해 지금까지 모두 80억원의 장학금으로 7000명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 바 있다.
고향 울진을 비롯한 경북지역 학생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진학을 포기하는 후학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장학사업은 점점 지역을 넓혀 해외 유학생과 중국 동영학원 학생 등 배움을 원하는 외국의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 1996년 고 안익태 선생 유택을 매입해 정부에 기증하고 같은 해 중국 길림성에 노인, 빈민자 진료를 위해 동영병원을 설립하고 기증키도 했다.
1999년에는 800만달러를 들여 중국 길림대학교 동영학원을 설립, 기증했으며 독립기념관 건립기금과 수재민 돕기 성금 등 뜻있는 사회사업에 적극 동참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월드컵 대회와 국제섬유박람회 개최 등 대구시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했던 특급호텔을 건립, 여러 국제행사를 치르는데 공헌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탈(脫) 한국' 행렬 속에서도 스페인문화원과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 건립 등 해외에서 번 돈을 다시 지역에 대거 투자하는 등 지역사랑과 헌신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제수산전문가, 선박왕, 제2의 오나시스 ‘권영호’
권 회장은 26살에 처음 원양어선에 오르며 바다와 드넓은 세상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폐선직전의 선박 1척으로 시작한 수산업은 20여년이 지나 냉동운반선, 트롤어선 등 40여척을 보유하며 중견수산회사로 성장,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그는 국내 호텔과 골프장, 유통업과 함께 스페인 조선소와 골프장, 네덜란드 유통업, 앙골라와 가봉 수산업을 경영하는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존경받고 있다.
이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