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매각작업이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산업은행에 '지분 분할 매입 외에 더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수자금 조달계획안을 공식 제출키로 했다.
한화는 최근 산업은행에 대한생명 지분 21%(1조7,000억 원), 서울 장교동 및 소공동 사옥(6,000억 원)과 함께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1조2,000억 원) 등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지분 분할 매입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화의 지분분할을 통한 매입방안은 산은이 내놓은 50.4%의 대우조선 지분 중 60%를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40%는 3~5년 내에 사들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총 인수대금 6조3,000억 원 중 4조5,000억 원만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에 해당하는 지분은 자금이 충당되는 대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지난 13일 "자금조달 계획안의 전반적인 내용이 미흡해 인수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라"며 한화의 분할매각안을 거부했다.
한화 역시 더 이상의 인수자금을 조달할 현실적 방안이 없기 때문에 분할 매입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팔 수 있는 자산도 다 내놓은 만큼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 했기에 더 이상의 수정안 제출은 없다"면서 "산은 측에서 지분분할 매입을 거부해 협상이 결국 무산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해 협상 결렬까지도 각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화 측은 또 사전 실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도 본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전격적으로 한화의 요구사항을 받아드리지 않는 이상 양측이 인수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이번 딜(Deal)이 실패할 경우 한화와 산업은행은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납부했던 3,000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 둘러싼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상이 무산될 경우 한화는 이미 낸 이행보증금을 날릴 공산이 크다. 이행보증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인수합병 약속을 지키지 못할 만큼 천재지변에 의한 변수가 발생해야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천재지변에 따른 변수로 보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통상의 인수합병(M&A) 절차에서 본계약 이전에 확인 실사(實査)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이미 납부한 이행보증금을 돌려 받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으며 법정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협상이 무산될 경우 한화와 맺은 인수 양해각서(MOU)상 매도인의 권리를 행사에 MOU를 해제하고 이행보증금을 몰취(沒取)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