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를 사실상 '보복'으로 규정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서로 죽자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여과 없이 내놨지만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수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상품구매와 관광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산업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애국테마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의류, 필기구를 생산하는 토종기업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묶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장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꺼내 들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의 첫 번째 카드에 우리가 대응하면 일본은 다른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일본의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략노출' 이유로 말 아끼는 정부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 3가지에 대해 수출 규제를 걸었다. 일본 기업이 바로 수출 허가를 신청했어도 심사 절차에는 3개월이 걸린다. 우리 기업들이 쌓아둔 소재·부품 재고가 동나면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2개월 뒤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 차질까지 2개월 남짓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긴박해 보이지 않는다. 홍 부총리와 5대 그룹 총수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홍 부총리는 회동 계획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한 후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회동 목적이 일본의 조치와 관련된 것인지 묻자 "그것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합의점 찾아가야"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총수입에서 일본의 비중은 10.2%(54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또한 고질적인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106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일본 의존도를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깊은 산업 협력관계에 묶여있다"며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상처만 남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책을 찾아야 한다. 보복을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강대강'으로 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다.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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