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대근 전 농협 회장(60)은 "노건평씨가 전화 등으로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한 청탁을 했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3일 열린 노씨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회장은 "전화로 2차례에 걸쳐 세종증권 측을 만나보라고 했고 이후 직접 만나 일의 진행 경과를 물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중순께 노씨로부터 아는 사람이 갈테니 한 번 만나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얼마지나지 않아 세종캐피탈 김형진 회장이 혼자 찾아왔으나 당시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던 차에 증권사 회장과의 만남은 부적절하다 판단돼 명함만 받고 바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이어 " 그 후 노씨가 다시 보낼테니 말이라도 한 번 들어보라고 전화해 김 회장과 같은 회사 홍기옥 사장 등 3명이 다시 찾아왔고, 그들이 '농협이 증권사 인수와 관련해 실사하는데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실무팀이 알지 나는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검찰측이 처음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면서 두 번째는 거절하지 않고 김 회장 등을 다시 만난 이유를 묻자 "노씨와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라 노씨에 대한 예의상 만나준 것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정 전 회장은 "그 뒤 L 호텔 로비에서 만난 노씨가 '저번 것 어찌돼가느냐'고 물어 실사팀이 검토해 요건에 맞으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니 기다려 보라고 대답했다"며 "증권사 인수는 실무팀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지 비상근직 회장이었던 나는 그에 대한 아무 영향력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은 이날 "고향에서 농협 조합장을 할때인 1970년 대부터 노씨를 알았다"고 말해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외도로 여행가면서 배 안에서 정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는 노씨의 검찰 진술과 다른 주장을 했다. 정 전 회장은 세종증권 매각비리와 관련, 남경우 전 농협사료 사장(65)과 공모해 2006년 2월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50억 원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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