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일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출 규제에 나설지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출렁이고 기업에는 비상이 걸리는 분위기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방법이 구체화 된다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까다로워지는 수입절차…최장 100일 이상일본이 이날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한국의 경제는 개정안이 공포되는 21일 후에는 본격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당장 수출규제 대상 품목은 현재 3개에서 1100여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만 추린 것으로 비전략물자를 포함하는 캐치올 규제까지 감안한다면 규제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결국 국내 기업이 일본에서 수입해야 할 물품들 중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1100여개 품목 외에도 캐치올 규제에 속할 수 있는 비전략물자까지 일일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절차는 끊임없이 까다로워진다. 허가 심사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서류는 준비기간만 1~2주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업체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양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심사 절차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 무기의 개발·제조 등에 활용하지 않는 품목이라면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허가를 위해 기다리는 기간이 최장 100일이 지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크다.지난달 4일부터 이미 수출규제에 들어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는 현재까지 단 1건도 없다는 점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높은 대일 산업 의존도…경제성장률 2%대 위협전문가들은 일본산 제품의 수출 규제 장기화가 국내 경기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일본이 우리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총수입에서 일본의 비중은 10.2%(546억달러)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가공단계별로 구분하면 대일본 수입에서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1%, 25.3%다. 이런 산업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산업별로는 플라스틱·고무 및 가죽(32.5%), 기계(21.9%), 금속(21.1%), 화학(20.2%)에서 일본산 제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외에 전기·전자(10.1%), 생활용품(7.6%), 섬유의류(3.1%) 순으로 뒤를 이었다.지난해 기준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의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품목 수는 48개에 이른다. 수입액 규모로 따지면 광물성생산품(10억9000만달러), 화학공업 또는 연관 공업 생산품(5억4000만달러), 플라스틱·고무 제품(5억1000만달러) 순으로 컸다.하나금융투자는 얼마 전 올해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2.4~2.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다.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 수출규제로 경제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보고 있다.외국계 투자은행(IB)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 아래로 점치기도 한다. 노무라증권은 대외 요인들이 부담 요소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제이피(JP)모건도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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