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진 지 1년이 지났다. 화마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숭례문의 복원현장을 찾았다. 8일 아침 잿빛 하늘 아래 짙은 안개가 드리워진 숭례문 복구 현장 분위기는 흐린 날씨처럼 꾸물꾸물했다.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라는 문구가 쓰여진 가림막에 그려진 숭례문은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림막 속 실제 숭례문은 촘촘한 철근 구조물에 둘러싸여 구조를 기다리는 환자처럼 거친 숨소리를 내쉬고 있는 듯 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중순 화재 직후 설치한 가림막 앞으로 173m에 달하는 울타리를 쳤다. 예전에 공원 부지로 사용됐던 울타리 바깥 지역의 지형 조사와 발굴을 위해서다. 서울역 방면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 울타리와 가림막 일부는 유리로 처리돼 복구 현장을 바라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가림막이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금지된 상태다. 200m 길이의 가림막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숭례문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새들뿐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주말 이틀에 걸쳐 복구 현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그 사이 이곳을 방문한 시민은 3200여 명. 지금은 개방이 금지됐지만 5월께 가설집이 설치되면 다시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숭례문 화재 1년을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은 어떨까. 화재 발생 직후에는 정부와 문화재청을 지탄하는 항의성 글과 전화가 쇄도했지만 지금은 "제발 잘 복원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달라"는 염원이 담긴 내용이 많다고 한다. 문화재청이 밝힌 숭례문 복원 기간은 5년. 문루 복구에 2년, 성곽 복구에 3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해 현장 수습 및 준비단계를 거쳐 올해까지 조사발굴 및 고증 설계를 마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복구공사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가설집을 세우고 해체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문루 복구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1년 여를 더 기다려야 한다. 2010년 예정인 문루와 성곽 복구 공사는 3년 여의 시간을 거쳐 2012년께 마무리된다. 숭례문이 완전히 복원되기까지는 4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잿빛 먼지로 덮인 채 예전의 고운 빛깔을 잃은 문루와 무너지고 훼손된 문루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육축은 감옥창살 같은 철근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숭례문은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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