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정월 대보름이었죠. 농한기의 마치막날이기도 한 이날은 여러 가지 풍습이 있죠. 밤, 대추 등을 넣어 약밥을 지어먹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약밥’입니다. 경주 남산자락에 통일전주차장 바로 남쪽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습니다. 신라 21대 임금인 소지왕(炤智王(479-500))이 정월 보름날에 천천정(天泉亭)으로 행차를 할 때 어디선가 나타난 쥐가 까마귀가 따라가라고 하여 따라가 보니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 가운데서 한 노인이 나타나 봉투 하나를 주었습니다. 봉투에는 ‘이 봉투를 뜯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고, 뜯어보면 두 사람이 죽는다.’라고 씌어있었고, 기이히 여겨 봉투를 뜯어보니 ‘射琴匣(사금갑)’ 즉, ‘거문고 갑을 쏴라.’라고 씌어있었습니다. 소지왕은 궁으로 돌아와 거문고 갑을 활로 쐈더니 그 속에는 왕비와 내통하여 왕을 살해하려한 고구려 첩자 중이 있었죠. 이 연못이 글이 적힌 것이 나온 못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사적 138호의 서출지(書出池)입니다. 쥐와 까마귀 덕에 화를 면한 소지왕은 해마다 정월 16일을 오기일(烏忌日)이라 칭하고 이 날에 약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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