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졌네요. 억새를 태우다 4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뉴스입니다. 무사안녕을 비는 행사가 큰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뭐가 씐 모양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빙의'입니다. 귀신들린 것을 빙의라 하죠. 정확한 표현은 '빙의현상'이라 하는데요, '빙의'는 한자로 '憑依'라 합니다. 두 글자 모두 '기대다'라는 뜻의 글자로 '기댐'이라는 말입니다. 귀신의 입장에서 사람에게 기댄다는 뜻이기에, 사람의 입장에선 '빙의현상'인 것입니다. 귀신이 들린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쓰이는 이 말은 옛날엔 일반명사로 쓰이던 말입니다. "여우는 사람들이 잡고자 하는 것이요, 쥐는 사람들이 훈(燻)하고자 하는 것이로되, 신(臣)은 성 밑에 사는 여우가 잡히는 것을 못 보고 사창(社倉)의 쥐가 훈을 당하는 것을 못 보았으니, 그 빙의(憑依)하는 곳을 잘 만난 까닭입니다." 수많은 식객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한 맹상군(孟嘗君)의 식객 가운데 한 사람의 했던 말로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조선조 문종 때 선왕 세종대왕을 위한 불사(佛事)에 도승지(都承旨) 이사철(李思哲)이 발문(跋文)을 지었는데 내용 가운데 "자비스러운 교리에 빙의(憑依)할 만하다고 여기시어"라고 적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편하게 기댈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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