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에 최대 4,000억 달러에 달하는 민간부문 채무 상환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 9일 밝혀졌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 지역은행협회 아나톨리 악사코프 회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이미 채무 상환 연기안을 제출했으며 일부 외국 은행들과는 이에 대한 협의를 여는 것에 동의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현 금융위기로 러시아 정부 차원의 민간채무 연기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대외 채무 지불능력이 저하된 금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 연기 협상을 일괄 진행하는 방안이 부상해왔다.
한편 이 보도가 나가면서 유로화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이와증권 SMBC의 나가사키 다카히데 수석외환분석가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피치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것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또 다른 악재가 유로화의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로존과 러시아가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로존의 은행들이 러시아에 거액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가사키는 설명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지난 4일 외환보유액 감소와 유가 하락 등을 반영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