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때 김효원이 이조전랑에 추천을 받았는데 이조참의 심의겸이 김효원을 두고 권력에 아부하는 자라며 반대하였습니다.
이조전랑은 전임자가 후임자를 추천하는 관례가 있었는데 김효원이 임기를 마칠 때 물망에 오른 심의겸의 아우 심충겸을 배제하자 두 사람의 갈등이 심화되고, 당시 유생과 관리들이 어느 한 쪽을 나뉘어 지지하면서 편이 갈리게 됩니다.
퇴계 이황의 학파인 김효원의 집이 도성의 동쪽 건천동에 있었고, 율곡 이이의 학파인 심의겸은 도성의 서쪽인 정동에 있었기에 김효원의 편이 동인, 심의겸의 편이 서인으로 기나긴 당쟁이 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오늘 이야기는 ‘계기’입니다.
‘계기’는 한자로 ‘맺을 계(契)’와 ‘베틀 기(機)’로 이루어진 말 입니다.
‘契’는 칼로 무언가를 새겨놓고 아래에 사람(大)을 그려놓은 글자로 약속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계약(契約)’이라는 말에서 보듯 굳은 약속을 뜻하는데,
그 약속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機’는 나무로 만든 베를 짜는 기구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 글자가 사물의 운동, 변화 발전의 본질을 뜻하는 ‘계기’라는 말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들 겁니다.
‘機’는 ‘기계’라는 본뜻 이외에도 몇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실마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기(契機)’란 ‘시작하게 하는 실마리‘라는 뜻입니다.
‘실마리’란 ‘실의 머리’라는 뜻입니다.
‘머리’의 옛말이 ‘마리’인데 한 마리 두 마리 할 때의 ‘마리’와 같은 말입니다.
소나 돼지 따위의 동물의 마리수를 세는 단위 ‘두’가 한자로 ‘頭(머리 두)’인데, 중세국어에선 ‘마리 두’라고 읽었죠.
사람의 수를 셀 때 몇 두, 또는 한마리 두마리.... 이렇게 세면
머리를 얻어맞는 계기가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