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일을 그르치는 일이 더러 있죠?
오늘 이야기는 ‘낭패(狼狽)’입니다.
‘낭패’의 ‘狼’과 ‘狽’는 각각 ‘이리 랑’, ‘이리 패’입니다.
이리가 일을 그르쳐 곤란한 입장이 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쓰이는 말일까요?
‘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狽’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긴 전설의 동물입니다. 낭은 패가 없으면 일어서지 못하고, 패는 낭이 없으면 다니지 못하므로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합니다. 이 동행관계가 깨지는 것을 ‘낭패’라 합니다.
이 말은 진나라의 이밀이 쓴 라는 글에 나옵니다.
이밀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나 촉한의 관리가 됩니다. 촉이 멸망하자 진 무제 사마염은 그를 태자세마로 임명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사마염의 요청은 끊이지 않았고, 이밀은 더 이상 거절할 방법이 없자 자신의 처지를 글로 써서 올립니다.
"저는 태어난 지6개월 만에 자애로운 부친을 여의었고, 네 살 때 어머니는 외삼촌의 권유로 개가(改嫁)를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겨 직접 기르셨습니다.
저의 집에는 다른 형제가 없으며 큰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도 없어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께서 연로하시니 제가 없으면 누가 할머니의 여생을 돌봐 드리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오늘 저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狼狽)스럽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밀의 간곡한 요청은 결국 받아들여졌다는 얘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