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어느 고을에 교활한 며느리가 있었는데 분가한 이후로 시집에 한 번도 들리지 않자 시아버지가 꾀를 내어 죽은 체를 합니다. 소식을 들은 며느리가 와서는 대성통곡을 하며 "천지신명이 야속토다. 이제 아버님 그리워 어이 살까, 일전에 우리집에 오셨을 적 꿩을 잡아 드렸더니 맛있게 드시고는 집 뒤의 논밭을 네게 주마하시더니 이리 가시려고 그러셨나!!"하며 사설을 풀었습니다.
시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내가 언제 그랬냐?"며 호통을 치자 "거짓상사에 거짓말씀 무슨 허물이 되오리까?"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갑니다. 조선시대 야담집 의 [불효부전(不孝婦傳)]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교활'입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있죠.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 먹는다는 뜻인 '교토사 양구팽(狡兎死 養駒烹)'의 줄인 말로 월나라 재상이었던 범려가 남긴 말입니다.
'교활'은 한자로 '狡猾'입니다. 사전엔 각각 '교활할 교', '교활할 활'이라 써 있지만, 낭패(狼狽)와 마찬가지로 전설속의 동물을 가리키는 '이리 교', 이리 활'입니다.
'狡'는 개의 모양에 표범무늬에다 머리에는 소뿔을 달고 있는데 나타나기만 하면 그 해에는 대풍이 들지만 나올 듯 말 듯 하다 끝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猾'은 사람의 몸에 돼지의 털이 나 있는데 나타나기라도 하면 세상이 대란이 나고 맙니다. 이 둘이 같이 다니다 호랑이를 만나면 둘이 한데 뭉쳐서 스스로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 몸속에서 살을 파먹고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나옵니다.
중국의 신화를 적은 책 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