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희귀 작품에서 중국의 약탈당한 유물들까지 진귀한 예술작품들이 총 망라된 보물창고가 개방됐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생전에 소장했던 733점의 미술품들이 경매에 나오기에 앞서 21일(현지시간) 파리의 그랑 팔레 전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3일부터 사흘 간 실시되는 이번 경매에 나오게 될 작품들은 이브 생 로랑이 연인이자 동업자인 피에르 베르주와 함께 수집했던 것으로, 크리스티사가 이번 ‘세기의 경매’를 맡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추상 예술의 선구자인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1922년 작 ‘빨강·회색·노랑·파랑의 구성’(Composition in Composition with Black, Red, Gray, Yellow, and Blue)으로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이브 생 로랑은 1965년 그의 대표적인 시프트 드레스를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루마니아 출신의 현대 조각 거장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목조각은 1,500만~2,000만 유로(1,900만~2,500만 달러 상당)에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은 단연 중국과 프랑스 사이에 ‘문화재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청동 12지상의 일부인 쥐머리, 토끼머리 동상이다. 쥐와 토끼 머리 동상은 1860년 아편전쟁 당시 중국 청나라 황제의 별궁인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영국과 프랑스에 약탈당한 것으로, 중국측은 반환을 요청했으나 소장자측의 거부로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파리 법원은 23일 오전 경매 중단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티사의 조나단 렌델 부회장은 “우리는 중국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에 따라 이번 경매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혀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번 경매에서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피카소의 유화 ‘테이블 위의 악기들’이다. 이 그림은 피카소가 1914년과 1915년 사이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크리스티에 따르면 피카소의 입체파 시기 대형 작품으로는 유일한 민간인 소장 작품인만큼 2,500만~3,000만 유로(3,200만~3,800만 달러 상당)에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경매에는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 17세기 이탈리아 조각상과 상아 십자가, 또 그가 생전 사용하던 침대를 포함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가구들까지 나온다. 크리스티측은 이번 경매를 통해 2억~3억 유로(2억5,000만~3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은 이브 생 로랑과 베르주가 세운 에이즈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경매가 시작되기 수 시간 전인 23일 오후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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