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성서로 불리는 ‘지하드(성전)의 수행’의 저자로 알카에다의 핵심 창설자 중 하나인 사이드 이맘 알 샤리프(58)가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알카에다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조직 내부의 ‘이념전’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특히 알카에다의 2인자이자 실세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지목해 신랄하게 비난했다. 22일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 카이로의 토라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샤리프는 감옥에서 집필한 저서를 통해 알카에다가 저지르고 있는 무고한 생명의 살상은 “이슬람의 교리에도 상충될 뿐 아니라 전략적 실수(error)”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흘려진 피의 모든 책임은 빈 라덴과 알자와히리에게 있다”고 주장해 그동안 모든 희생이 미국의 잘못된 침공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로 ‘보복테러’를 합리화했던 알카에다의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샤리프는 미국인 3,000명 이상을 희생시킨 9·11테러와 관련,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역효과만 발휘했다”며 “미국을 부수는 것은 아랍과 무슬림 사이에서 명성과 지도력을 얻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지만, 적의 건물 하나를 부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상대로 하여금 한 국가 전체를 파괴하도록 하고, 적의 국민 1명을 죽이고 자국민 수천명을 잃는다면 이것이 무슨 소용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울러 서방국으로 이주한 뒤 테러 행위에 가담한 무슬림들에 대해서도 ‘변절자’라며 강한 비난을 보냈다. 그는 “만약 그들(서방국들)이 당신에게 입국을 허용하고 거주지를 제공한 뒤 당신과 당신의 재산을 보호해줬다면, 그리고 공부하고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면 ‘정치적 피난처’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런 이들을 배신하고 살인과 파괴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명예롭지 않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같은 이집트인으로 ‘40년 지기’인 알자와히리에 대해서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알자와히리가 지난 1990년대 이집트에서 벌인 테러는 수단 정보부로부터 돈을 받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리프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알카에다의 이념적 기둥이 되는 인물이자 테러단체를 포함해 무슬림 전반에서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유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외과의사 출신이라 ‘닥터 파들(Dr Fadl)’로 불리는 샤리프는 지난 1988년 당시 이집트 무장세력 알 지하드의 창설자로 알카에다의 창설을 도왔다. 그는 기존에 알자와히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암살하기도 했다. 이집트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에서 26년 활동한 포드 알람은 “샤리프는 감옥 안팎 모두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라며 “(알카에다와 같이) 리더십이 매우 중시되는 비밀 조직에서, 내부로부터의 비판 특히 개인적 인신공격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알자와히리는 샤리프의 비난에 대해 무려 200쪽의 반박문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과잉대응’은 오히려 샤리프의 발언이 알자와히리와 알카에다에 미친 타격의 크기를 확인시켜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이로에 주재하는 한 서방 외교관은 “자와히리가 샤리프의 비난으로 큰 타격을 입었음이 틀림없다”며 “어떠한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200쪽이라는 장문의 반박문을 굳이 작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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