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마을을 아시나요?
독일 이민자들 후손이 많이 거주하는 브라질의 한 작은 마을에 쌍둥이들이 모여 살아 화제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접경지역인 브라질 남부 칸디도 고도이 마을엔 반경 1km 구간에 거주하는 80가구 중 쌍둥이가 무려 38쌍이나 된다.
이 마을이 놀라운 것은 자연 출산으로 이렇게 쌍둥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비스런 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학자들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뤘지만 설만 많을 뿐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가장 유력한 결론은 이 마을에 공급되는 물에 쌍둥이의 출산을 높이는 특수한 미네랄이 포함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나치시절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린 조제프 멩겔레가 관여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60년대 이 마을에서 수의사로 활동한 적이 있고 그 시기를 즈음해서 쌍둥이 출산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언론인 호르헤 카마라사가 출간한 책에서 멩겔레가 금발의 머리와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쌍둥이 출산률을 높이는 실험을 이곳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멩겔레가 약물과 인공수정 등의 방법을 가축과 사람에게 적용, 쌍둥이 출산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치가 이곳에서 어떤 종류의 실험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치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쌍둥이를 포함, 독성실험을 한 것으로 악명 높은 멩겔레는 1979년 브라질에서 사망했다.
이곳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는 역사가 파울로 사우티어는 “멩겔레과 쌍둥이 출산과 관련 있을 것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책을 팔아먹을 생각에 하는 것”이라며 “멩겔레는 독일에서 쌍둥이 실험을 했지, 여기서 한게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칸디도 고도이타운에 들어서는 길목에는 ‘가든 시티와 쌍둥이의 땅’이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6700명이 거주하는 이 타운에 독일계 이민자가 들어온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로 브라질 정부가 경작하기 좋은 기후와 싼 토지를 내세워 이민자들을 유치하면서부터다.
쌍둥이들이 특히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곳은 300명으로 이뤄진 ‘산 페드로’ 정착촌이다. 64년도에 출생한 사우티어 씨 역시 쌍둥이로 태어난 그의 어머니는 1918년 이곳에 처음 정착한 8가족중 하나다.
다른 이들과 거의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 정착민들은 서로에게는 아직도 독일어 방언을 사용한다. 쌍둥이들의 출산이 두드러진 시기는 1990년대로 이 타운의 지도자들은 이곳을 세계에서 쌍둥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를 요청했지만 아직 이에 관한 기록관리를 하지 않아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는 지난 96년 2년 주기의 쌍둥이 파티가 열리고 있고 제6회 행사인 지난해에는 한 엄마가 아들과 딸 쌍둥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을 세웠고 야간에는 ’풍요의 봄‘이라는 표지판이 환하게 빛을 발한다.
올해 22세인 파비안느와 타티아니 그림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쌍둥이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의 표적이 됐다. 신문기자와 사진기자가 예고없이 나타나면 그들의 엄마는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게 하느라 바빴다.
이들 가족은 쌍둥이가 5쌍이나 된다. 파비안느는 “쌍둥이가 많다고 특별한 미스테리가 있는게 아니다. 우리 오빠는 집안의 팔촌형제와 결혼했고 이렇게 가까운 친척과 결혼한 사람들이 가족중에 많다”며 유전적인 요인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여전히 미스테리다. 10년전 이 도시의 시장이었던 아넨시르 플로레스다 실바라는 의사는 의문을 풀기 위해 100명이 넘는 이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 결과 멩겔레가 관여된 것이라는 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나치가 통치하던 시절 그들은 뭔가 은밀한 짓을 벌인게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2007년에 펴낸 관련 책자에 따르면 멩겔레는 가명을 사용해서 몇 차례 이곳을 방문했고 루돌프 바이스라는 이름의 남성을 통해 가정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모종의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인 사우티어 씨는 “이 마을이 멩겔레와 같은 범죄자와 연루된 증거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박물관에 1937년 나치 상징의 만장과 깃발 등의 자료들이 보관돼 있지만 나치 동조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전학자들은 쌍둥이 출생은 유전적 격리와 근친교배에 따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포르토알레그레의 유전학자인 우루술라 마테 씨는 90년부터 94년까지 산 페드로타운의 쌍둥이 출생률은 10%로 리오 그란데 도술 주의 1.8%에 비해 거의 6배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피임약이나 임신촉진제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사우티어 씨는 사설회사에 의해 공급되는 식용수에 배란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이 마을에 사용하는 물을 지하수로 바꾸면서 쌍둥이 출산률이 떨어졌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이 마을이 쌍둥이가 많은 것을 일종의 신비주의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규명작업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마테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