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생명이 있어서 나고, 성하고, 쇠하고, 죽기도 합니다. 이렇게 죽은 말을 ‘사어(死語)’라 합니다. 단어 뿐 아니라 언어가 죽기도 하죠. 지구상에는 약 6800여 개의 언어가 있는데 1달에 3~4개의 언어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우리말에도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사어가 많습니다. 사극에서 "전하!! 통촉하시오소서!!!"라는 말 많이 듣죠? 오늘 이야기는 '통촉'입니다. '통촉'이란 '헤아려 살피다', 또는 '헤아려 살펴 알아내다'라는 뜻으로 임금 뿐 아니라 윗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한자로 '洞燭'이라 쓰는데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을의 촛불'이 되나요? '洞'은 ‘물(水)’과, 그릇의 몸통과 뚜껑이 꼭 맞는 형상으로 '한가지', '속이 텅 비다' 라는 뜻의 ‘同’이 합하여 물이 쓸려 지나간 상태를 뜻하는 글자로 '골짜기', '뻥 뚫린'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자는 두 가지로 발음하는데요, 대체로 '골짜기'의 뜻은 '동'으로, '뚫리다'의 뜻은 '통'으로 발음합니다. 그래서 '동'으로 발음할 때는 '골(고을)', '마을'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통찰(洞察)', '통촉(洞燭)'이라는 말에서는 통으로 발음합니다. '퉁소'라는 악기가 있죠? 속이 텅 빈 피리라는 뜻의 ‘통소(洞簫)’가 변한 말입니다. '동굴(洞窟)'이라는 말에서는 '뚫리다'라는 뜻을 가졌지만 그냥 '동'으로 발음합니다. '燭'은 '火'와 '蜀'이 합한 글자인데요, 학자들은 '蜀'이라는 글자를 '目'이 벌레의 큰 눈을 뜻하여 ‘애벌레'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目'은 눈이 아니라 그물(罔)을 뜻하며, '蜀'은 그물 속에 껍질로 쌓인 벌레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고치상태의 벌레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가 들어있는 글자는 '가만히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肉+蜀'은 '비계 촉', '足+蜀'은 '머뭇거릴 촉', '骨+蜀'은 '해골 촉'입니다. '개(犬)'가 가만히 있는 것은 홀로 외로이 있는 상태이기에 '홀로 독(獨)', '물이 가만히 있으면 썩어서 흐려지기에 '흐릴 탁(濁)'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燭'은 '가만히 있는 불'이기에 '촛불'이라는 뜻이 됩니다. 촛불은 어두운 구석진 곳에서 뭔가를 찾을 때 들고 찾기도 하므로 '살피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통촉(洞燭)'이란 '꿰뚫어 살피다'라는 뜻의 말입니다. 통촉하시길 바랍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