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만들려면 먼저 식재료를 다듬어야 하죠.
주로 하는 게 칼로 써는 일인데 칼로 썰려면 바닥에 뭔가를 받쳐야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도마'입니다.
도마는 음식물을 조리하기에 앞서 식재료를 칼로 썰어 도막을 내기위해 바닥에 받치는 나무토막을 말합니다. 도마나 도막이나 토막은 쓰임이 각기 다른 말이지만 같은 뿌리에서 온 말입니다. 도막의 옛말이 도마이고, 도막의 큰말이 토막이거든요. 위험해 처해졌을 때 꼬리를 도막내고 달아나는 '도마뱀'은 '도막뱀'이라는 말입니다.
칼질을 위해 받치는 도마가 있는가 하면 도끼로 나무를 쪼개기 위해 받치는 나무토막이 있죠?
이걸 뭐라 하는지 아세요?
'모탕'이라 하는데요, 톱으로 나무를 자르거나 켤 때 바닥에 받치는 나무토막이나, 곡식자루나 궤짝을 바닥에 놓을 때 괴는 나무를 이르기도 합니다.
옛날 목수들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모탕에다 연장을 올려놓고 고사(告祀)를 지냈는데,
이렇게 지내는 고사를 '모탕고사'라고 합니다.
목수가 나무를 다룰 때 받치는 나무 '모탕'이 있듯이 야장(冶匠 ; 쇠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 쇠를 다룰 때 받치는 쇠뭉치가 있는데, 이 받침대를 '모루'라 합니다.
도마나 모탕은 그 생긴 모양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모루는 기차철로를 자른 도막처럼 단순하게 생긴 것에서부터 원뿔모양이나 날카롭게 각이 선 모서리, 보조기구를 꽂는 구멍 등이 있는 복잡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릴 때 쓰는 넓적한 쇳덩이도 모루라 하고, 금이나 은을 세공할 때 쓰는 독특한 모양의 받침대도 모루라 하는데, 이 모루를 닮은 뼈를 '모루뼈'라 합니다. 귀 속에 망치를 닮은 망치뼈와 등자(말을 탈 때 두 발로 디디게 되어 있는 물건)를 닮은 등자뼈 사이에 있는 뼈를 이르는 말입니다.
모루는 주로 쇠로되어있지만 돌을 사용할 수도 있겠죠.
돌로 된 모루는 '돌모루' 또는 '모룻돌'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