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안 계실 때 아버지의 책상서랍을 뒤지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죠. 어쩌다 동전이라도 나오면 슬쩍해서 군것질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뒤진 흔적을 발견하신 아버지께서 누가 아버지 빼닫이 뒤졌냐시는 호통이 예상되지만, 삼수갑산(三水甲山)을 가더라도 범행(?)을 감행하던 간 큰 짓을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오늘 이야기는 '서랍'입니다. 서랍을 지금은 사전에도 오르지 못하고 사라진 사어(死語)가 된 말이지만, 예전엔 빼고 닫는 것이라 해서 '빼닫이'라 불렀죠. '서랍'이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서 써왔는지 모르는 말입니다. '舌'과 '꼭맞다'는 뜻의 '合'과 '皿(그릇 명)'이 합한 상자를 뜻하는 글자 '盒'이 만난 '舌盒(설합)'이 변한 말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만 우리말에 한자를 붙인 말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서랍을 '빼람'이라 합니다. 사투리로 규정지어진 '서랍'과 달리 문화어에 올라있는 말입니다. '뺄암'은 '빼다'의 '뺄'에 접미사 '암'이 붙은 이 변한 말입니다.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네요!! 더는 일자리를 잃고 책상서랍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저는 어지러운 책상서랍 속부터 좀 정리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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