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들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미국 뉴욕에 보낸 편지를 미국인 우체부가 한인사회에 전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편지의 주인공은 함경북도 부령군에 사는 로모씨. 그는 최근 아버지를 찾기 위해 퀸즈 서니사이드에 거주하는 고모부 김중현씨에게 서한을 띄웠다. 로씨는 편지에서 “1997년 11월 3일 평양고려호텔 2층에서 아버님과 상봉을 한이후 미국에 사는 여동생 현주와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최근 수년간 소식이 끊겼다”면서 “아버님 생사여부도 알수 없게 되었으니 꼭 소식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함께 있는 어머님이 89세인데 여전히 건강하고 형제들도 잘 있다”며 “아버님께서 새해를 맞아 부디 건강하시기를 축원하며 오래오래 장수하시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아들이 연락이 두절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멀리 뉴욕으로 보낸 편지가 공개된데는 사연이 있다. 로씨가 보낸 편지 주소는 퀸즈 서니사이드 퀸스블러바드 46-07로 돼 있지만 이 주소지는 고모부 김중현 씨가 사는 곳이 아니었다. 미국인 우체부는 자칫 버려지거나 북한으로 되돌아갈 처지에 있던 편지를 포기하지 않고 인근에서 델리가게를 운영하는 김미선 씨에게 “같은 한국인이니 주인을 찾아주라”며 건넸다. 편지를 보낸 사람 이름과 주소는 한글로 돼 있었지만 우표에 ‘DPR KOREA’라는 표기가 있어 북한에서 온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얼떨결에 편지를 받았지만 김씨는 ‘김중현’ 씨를 찾을 길이 막막했고 북한에서 온 편지를 계속 갖고 있는 것도 겁 나 교회 지인인 김준한 PD에게 “당신이 라디오 방송국에 있으니 한인사회에 알려 달라”고 맡겼다. 김준한 PD는 “처음엔 정말 북한에서 온 편지인지 반신반의했다. 북한에서 미국에 자유롭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지에 붙어있는 북한 우표와, 부령군 우체국 소인이 진짜 북한에서 온 진품(?)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북한의 아들은 받는 사람 주소란 맨 위에 U.S.A.를 썼고 이름과 주소를 또박또박 영문 대문자로 썼다. 편지에 붙은 우표는 북한인공기와 노동신문, 총검을 들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우리를 건드리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이라는 섬뜩한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30원짜리 ’조선우표’였다. 앞면에 우표 두장을 붙인 후 공간이 부족한 탓인지 뒷면에 세장을 추가로 붙였다. 소인은 앞뒤로 두개씩 찍혀 있었고 날짜는 ‘주체 98년(2009년) 1월 14일’자였다. 이채로운 것은 봉투가 70원짜리라는 사실이다. 편지 한장을 미국에 보내기 위해 70원짜리 봉투에 150원어치의 우표 등 총 220원을 들인 셈이다. 이는 현재 북한의 일반 근로자 월급(2,000원)의 10%가 넘는 큰 돈이다. 탈북예술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영애씨는 뉴시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의 편지 왕래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편지들은 국가보위부에서 철저하게 내용을 검토하는 등 별도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최근 KRB ‘장미선의 여성싸롱’시간에 사연이 보도돼 뉴욕한인사회에 처음 알려졌고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는 못했다. 가로 16cm 세로 23cm의 누런 갱지 한 장으로 된 편지는 ‘김중현 고모부님에게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로 시작했고 소식이 끊긴 아버지에 대한 염려와 무병장수를 바라는 효심이 행간에 배어 애틋함을 안겨준다. 뒷면에는 고모부에게 따로 새해 축원 인사를 써서 예의를 차렸다.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 김중현 고모부님에게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고모부님 고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1997년 11월 3일 평양 고려호텔 2층 식당에서 뜻깊은 상봉을 하였던 로명기 아버님의 장남 로00입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리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녀동생 현주와 편지거래를 가졌었는데 최근년간 편지거래가 끊어져 그럽니다. 제 어머님도 금년 89세인데 여전히 건강하시고 우리 형제들도 잘 있습니다. 편지거래가 끊어지고나니 아버님 생사여부도 알 수 없군요. 존경하는 아버님께서 생존하여 건강하신지 알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담으로만 생각지 마시고 꼭 소식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2009년 새해 귀한 몸 부디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아버님께서 새해를 맞으며 부디 건강하시기를 이 아들은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요.” 2009년 새해를 맞으며 김중현 고모부님께서 부디 건강하시기를 삼가 축원합니다. 오래오래 장수하십시오. 조카 로00 삼가 올립니다. 2009년 1.1.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함경북도 부령군 00리 00반 로 00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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