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지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종교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두고 과학계는 희귀병 치료에 필요하다고 연구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종교계는 인간복제 등의 윤리적 문제를 들어 연구 불가 방침을 천명해왔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SCB)는 “오바마의 이번 조치는 과학과 윤리를 넘어선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는 태아를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로마 교황청도 7일 기관지를 통해 “가톨릭의 관점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매우 부도덕한 일이며, 미국의 납세자들이 내는 돈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언급했다.
가톨릭에서는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에서부터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살인행위에 지나지 않으며 절대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희귀병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카고 가톨릭 신학교의 수잔 브룩 디스와이트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병을 완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개신교와 유대교 단체들도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에 대체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개신교는 인간복제 등의 다른 목적이 아닌 치료에 한정돼 사용되고 또 그것을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한다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대교 또한 보통 임신 8주까지의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무드를 보면 “40일간의 잉태기간의 태아는 ‘단순한 물’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인간의 삶을 보존하는 것이 어느 다른 율법보다 우위를 가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른 종교들은 확실한 의견 표명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무슬림의 경우 태아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 중에 있고 유대 그리스도교, 모르몬 교도 역시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불치병 치료에 기여할 것이며, 우리는 인간의 양심에 기초해 책임 있게 연구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자문위원회 소속 조엘 헌터 복음주의 목사는 “배아줄기세포를 질병치료에 사용해야만 한다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앞으로 조심스럽고 책임 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복음주의자들은 오바마의 조치를 맹비난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시절 구성된 대통령 산하 생명윤리위원회의 한 회원은 “과학자들이 배아줄기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에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배아줄기세포만이 불치병 치료에 유일한 해답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가톨릭 주교의 입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008년 미국 사회문제 연구단체인 ‘pew foru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백인 신자의 59%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개신교 백인신자들의 찬성 의견도 5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