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판각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11일 ‘해외전적문화재조사목록-일본 대곡대학(大谷大學) 소장 고려대장경’을 발간했다. 일본 오타니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대장경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 조사 결과다. 오타니대의 재조대장경은 587상자 4,995첩 규모다. 고려 현종시대부터 문종대에 걸쳐 완성한 ‘초조 팔만대장경’이 고종 19년(1232) 몽고군의 침입으로 불타자 당시 집권자 최우 등이 고려가 외세의 침략을 극복하고 민심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장도감을 설치, 다시 판각한 것이 ‘재조 팔만대장경’이다. 이것을 찍어낸 국보 제32호 고려 대장경판은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다. 재조대장경은 조선 초기 일본으로 넘어가 야마구치현 보광왕사(普光王寺)에 보관돼 있다가 1541년 안예엄도(安藝嚴島) 신사, 1874년 동본원사(東本願寺)를 거쳐 1962년에 동본원사가 설립한 오타니대의 도서관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오타니 대학 소장 대장경의 특징은 경판을 새긴 각수(刻手; 나무 등을 조각 하는 사람) 관련 자료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큼 다른 곳의 판본에 비해 각수의 이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면서 “각수들의 조직과 작업장소로 보이는 중방(中房), 동방(東房) 등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국내에는 고판본이 없어 대장경 판각 당시의 면모를 살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어서 오타니 대학의 소장본은 우리나라 고려대장경 연구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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