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의 한대림 면적이 줄고, 벚꽃의 개화일이 빨라지는 등 생태계의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환경부가 12일 발표한 2008년도 '국가장기생태연구'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한라산 1,000m 이상 지역에 서식하는 한대성 수종인 구상나무림의 면적이 1967년 935.4ha에서 2003년 617.1ha로 35% 가량 줄었다.
반면 온대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침엽수와 활엽수의 혼효림은 1967년 1399.2ha에서 2003년 1,498.1ha로 10% 가량 늘었다. 관목림과 나지 등도 각각 20%, 37% 가량 늘었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제주도 정상 부근의 한대림이 온대 낙엽활엽림으로 바뀌고 있다"며 "구상나무가 죽은 숲 틈으로 물참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산 벚꽃 개화일, 1년 사이 3일 빨라졌다"
기온이 오르면서 지난 해 서울 남산의 벚꽃 개화일도 예년에 비해 3일이나 빨라졌다. 실제 지난 해 3월과 4월의 평균기온은 2006년에 비해 각각 1.8℃, 2.2℃ 올랐으며, 2007년보다는 0.9℃, 2.2℃가 높았다.
단국대 민병미 교수는 "개화일 3일 차이는 위도 45′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울 남산은 충남 아산과 동일한 위도"라며 "서울의 겨울철 기온은 이상 고온의 징후로 간주된다"고 풀이했다.
◇우포늪 연평균 수온 10년간 1.5℃ 상승
경남 우포늪의 경우 10년 간 연평균 수온이 1.5℃ 상승하면서 습지에 사는 등검은실잠자리가 성충으로 변하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선우 창원대 교수는 매달 일정시기에 50마리의 등검은실잠자리를 채집해 조사한 결과, 우화 시기인 2~5월에 성숙한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화 시기 역시 3년에 걸쳐 약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함평만 염생식물 발아시기 빨라졌다"
기온 상승으로 전남 함평만 지역의 소금기가 많은 지역에 사는 염색식물의 발아시기도 빨라졌다. 해홍나물, 나문재, 칠면호, 갯잔디, 갈대 등은 1,2,3월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36년간 발아시기가 앞당겨졌다.
특히 함평만 지역에서 만조 때 바닷물이 잠기는 조간대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홍조류의 분포가 늘었다. 지난 해의 경우 녹조류와 갈조류, 홍조류가 함께 서식하고 있었지만 이는 2004년~2007년보다 홍조류의 비율이 높아진 수치다.
실제 함평만지역의 수온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비슷한 온도 분포를 보이다 2006년 이후 상승하는 추세다.
◇우포늪, 재두루미 중간기착지 역할 '주목'
특히 환경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우포늪이 재두루미가 들르는 중간기착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했다.
박희천 경북대 교수는 "매년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두루미류의 이동시기인 10월과 3월 사이 흑두루미나 재두루미 등이 우포늪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며 "우포늪 주변의 논 생태계의 보존과 습지의 보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낙동강 유역을 월동지와 중간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에서 올해 1월 창워주남저수지에 최대 102마리, 구미 해평습지에 6마리의 재두루미가 월동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서식지의 소실로 낙동강 유역에서 월동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 전세계 증가율보다 2배 빨라
우리나라의 기온은 최근 50년 동안 10년에 0.289℃가 상승해 0.128℃의 전세계 증가율보다 2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하루 최저기온이 상승하면서 밤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야율이 늘고, 서리일수는 감소한 반면 생가가능기간은 늘었다. 또 최고기온이 오르면서 열스트레스의 지표가 되는 열파지속기간이 대부분 지역에서 길어졌다.
한편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은 2004년 시작돼 2013년까지 진행된다. 환경부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현상을 지역별로 중장기적으로 관찰해 생물종 감소와 생태계 변화 등의 기초자료를 확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