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젊은이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졸업생들은 도전보다는 안정을 중시하고 뚜렷한 꿈이 없다. 전공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고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성인이 되고도 부모로 독립하지 않으려는 소위 ‘캥거루족’이 문제다.” 최근 모 대학 학생 취업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경주지역 한 대학의 취업성향을 살펴보면 졸업생들의 1/4 가까이가 전공을 무시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보겠다고 야단이다. 안정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무원의 인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4월에 치르는 국가공채시험의 경우 채용규모를 줄인다는 정부발표에도 불구 2천여명 모집에 14만여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했다. 대구 모 고시학원에 따르면 수강생 중 절반 가까이가 공무원과는 거리가 먼 전공이수자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주지역 각 대학 도서관은 물론 시립도서관 열람실에도 고시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고시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고시원도 사법고시 준비생뿐 아니라 공무원 준비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시촌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공채시험이 며칠남지 않은 지금 고시원의 빈자리는 찾기 힘들다” 며 “예약자 까지 받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결혼에 대한 상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경기 침체로 결혼이 줄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여성들의 결혼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 속에서 결혼은 짊어지고 싶지 않은 부담이자 현실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라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침체는 결혼 상대방의 선호하는 직종도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명예와 사회적인 지위를 고려해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안정적인 직종을 선호한다. 모 결혼전문업체 관계자는 “여성들은 안정화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성과 결혼하길 원하고 남성들 또한 여성들이 반드시 직업이 있어야 된다고 하는 실속 위주의 선택을 하고 있다” 며 “남성들은 선생님이나 공무원 계통의 종사자를 선호하고 여성은 공기업이나 공무원 종사자들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소위 ‘취집’ 이라고 하는 결혼과 시집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경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지역에서도 결혼 연령이 낮거나 아예 많은 여성들이 많다” 며 “ 결혼 연령대가 낮은 여성의 경우 육아문제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발생한 가장 큰 사회적 변화는 ‘소비’이다. 한창 멋 부리고 자기개발에 돈을 투자할 젊은 세대의 돈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돈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갔다. 지갑을 최대한 잠그되 필요한 곳에 몰아서 쓴다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소비패턴이다.
황성동에 사는 새내기 직장인 최모(26)씨는 “예전엔 계절에 맞춰 옷을 사거나 귀걸이 등 악세사리 구입에 치중했다면 경기가 어려운 요즘은 영어학원등록 이라든지 헬스장이라든지 자기계발에 돈을 쓴다”고 밝혔다.
또 경기가 어려워지자 자기용돈을 스스로 벌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반면 호황기에 부모의 과보호속에서 자라나 취업대신에 대학원 진학 등 부모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창 소비욕구가 강한 젊은이들의 소비가 줄자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상가도이 울상이다.
경주 도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젊은이들이 옷을 구매하기 보다는 아이쇼핑만 하고 정작 구매는 저렴한 인터넷에서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불러일으킨다’ 는 나비효과처럼 지속적인 경기침체가 젊은이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