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양측은 23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8차 협상을 통해 실무급 협의를 거친 뒤, 다음달 2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통상장관급 회담을 열어 협상 타결을 선언할 계획이다. 2007년 5월 서울에서 제1차 협상을 시작한 한-EU FTA는 현재까지 7차례의 공식협상을 진행하며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 원산지 기준 등의 부분에서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상태다. 양측은 이번 8차 협상이 마지막이 되도록 하자는데 합의했으며 타결 가능한 옵션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조만간 '대타결'에 이를 전망이다. ◇자동차 협상, 서로 한 걸음씩 양보 1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양측은 7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공산품 관세철폐 범위를 EU의 경우 품목수 기준 3년내 99%, 5년내 100% 철폐로 잡았다. 우리측은 EU 공산품의 96%에 대해 3년내에 관세를 철폐하고, 5년안에 완전 철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 일부 민감 품목의 경우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산품 분야의 최대 이슈인 자동차의 경우, 서로 한 부분씩 양보하는 선에서 의견 절충이 이뤄졌다. 자동차는 대(對)EU 최대 수출품목으로 수입관세가 10%로 관세인하 여지가 커 가장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그동안 우리 측은 한-미 FTA에서 미국이 즉시 철폐를 포함해 3년 이내 승용차 관세 철폐에 합의한 전례를 들며 EU측에 자동차 관세 철폐시한을 최대한 단축할 것을 요구해 왔다. 반면 EU는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가 2.5%인데 반해 EU 관세는 10%이며 자동차 문제가 매우 민감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못박아 두었다. 또 자동차 표준에 있어서 EU측은 42개 주요 안전기준을 포함한 우리측의 자동차 안전기준과 EU 기준과의 동등성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 안전기준을 EU가 수출한 자동차에 적용시키면 생산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양측은 관세철폐 기간은 한국측 주장대로 단축시키는 대신 자동차 기술표준은 EU측 요구대로 다소 완화시켜 적용키로 했다. 1500cc 이상 자동차의 경우 3년내 관세를 철폐하고 1500cc 미만은 5년에 걸쳐 일정 비율씩 관세를 감축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 대신 자동차 기술표준은 각자의 국내 기준을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준에 맞춰 동등성이 있는 부분은 인정해 나가기로 했다. ◇서비스 개방, 일부분만 '코러스 플러스' 서비스 산업에 강점을 지닌 EU는 그동안 서비스 분야에서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개방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인 '코러스 플러스(Kor-US Plus)'를 집요하게 요구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측은 한-미 FTA 이상의 시장개방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며 현재까지는 대체적으로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의 개방 정도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대신 통신 및 환경의 일부 분야에서는 '코러스 플러스'를 일부 허용키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비스 강국인 EU를 배려해 극히 일부 분야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시장 개방 폭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혜관세 대상을 결정짓는 원산지 기준과 관련해서는 일부 품목에만 세번(수입시 관세율 부과를 위해 부여하는 코드)변경 기준을 적용하고 나머지에는 세번 변경기준과 역내생산 부가가치 기준을 함께 쓰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made in EU' 방식의 원산지 표기는 금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측은 27개 회원국들이 모인 EU의 특성상, 각 국가별 공산품 품질의 동등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같은 방식의 원산지 표기에 반대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원산지와 관련한 논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가급적이면 역외 원산지 조달 비율을 높여 우리 측에 유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세환급은 8차 협상에서 해결 그러나 아직 모든 분야에 있어 완벽한 의견 일치를 이룬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관세환급 등의 쟁점이 남아 있는 상태다. 관세환급이란 역외 국가에서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 후 재수출할 때, 부품을 수입할 당시 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 1월 통상장관 회담 당시 EU는 우리 측에 관세환급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관세환급을 유지할 경우 FTA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재료 수출국 등의 제3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원자재의 관세환급은 FTA 체결에 따른 관세철폐와 맞물려 이중혜택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우리측은 관세환급 제도는 국내법과 관련된 사항인 만큼 EU와의 협상에 맞춰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오는 23일로 예정된 8차 협상에서는 관세환급이 가장 중요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EU FTA 체결시 국내총생산(GDP)은 24조원(3.08%), 1인당 국민소득은 48만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규고용 창출 효과는 59만명, 수출 및 무역흑자는 각각 110억 달러와 28억5,000만 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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