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충격'으로 정체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미국 배아줄기세포 정책의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5년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답보상태에 있는 줄기세포 연구와 지원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2006년 이후 줄기세포 연구 정부 지원금은 350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연구비의 75%가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정부의 지원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정책전환으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규제해온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지원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향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정부의 본격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규제하는 동안 경쟁국인 영국과 일본이 연구에 큰 진척을 이루어냄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미국의 정책전환은 국가 간의 치열한 연구경쟁을 유발시켜 줄기세포의 상업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일본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3,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줄기세포 연구에 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각국 정부는 이미 연구비를 증액하거나 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금의 규모가 영국, 일본 등에 비해 30~4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의 신비와 질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줄기세포 연구는 암, 치매, 각종 뇌질환, 당뇨, 심장병 같은 난치병에 대한 치료를 가능케 하는 열쇠"라면서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치료의 범위와 효과가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줄기세포 치료제는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며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거나 복원하는 등 질병의 근원을 제거하는 의료개념의 일대 전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영 연구원은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정책이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엄격한 규제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정책 담당자, 시민단체, 종교계 등 각계 각층의 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근거한 정책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 연방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을 금지하던 시절에 캘리포니아주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줄기세포지원법을 제정하고 3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구분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이 완전한 인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모든조직과 세포로 분화되는 만능세포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조직이나 세포로만 자랄 수 있도록 능력이 제한된 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폐기된 인공수정란 또는 난자를 이용, 윤리적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