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의 둘째 부인이었던 인현왕후는 장희빈의 간계로 폐위되었다가 다시 복위되지만 35세의 나이로 짧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합니다. 훗날 숙종이 임금이 몸소 지내는 제사인 전작례(奠酌禮)의 제문(祭文)에서 그녀를 가리켜 “여흥민씨(驪興閔氏)가문이 복을 쌓으시어, 훌륭한 재원(才媛)을 낳았도다.(驪興毓祉, 篤生碩媛)"라고 합니다.(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현대사회로 지나올수록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많아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뛰어난 실력에다 미모까지 갖춘 재원을 보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재원'입니다.
'재원'은 '才媛'이라 씁니다.
‘才’는 재주를 말합니다. 나아가 재주를 가진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요.
‘媛’은 ‘女’와 ‘爰’이 합해진 글자인데, ‘爰’은 '당기다', '끌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媛’은 '마음이 끌리는 여자' 라는 뜻의 '예쁜계집 원' 입니다.
그러므로 '才媛'이란 '재주를 가진 예쁜(젊은) 여자'라는 뜻이 됩니다.
간혹 남자나 나이든 여자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를 봅니다.
말의 바른 뜻을 제대로 몰라서 일어난 경우입니다.
재원의 상대가 되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은 '재자(才子)'라 합니다.
29살의 나이로 요절한 재원으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이기도한 천재시인 허난설헌의 시 한수를 전합니다.
閨怨(규원)
錦帶羅裙積淚痕 / 비단띠 비단치마위에 눈물자국이 겹쳤으니
一年芳草恨王孫 / 해마다 돋는 봄풀에 님 그리워 그렇다네
瑤箏彈盡江南曲 / 거문고 옆에 끼고 강남곡을 뜯지마는
雨打梨花晝掩門 / 배꽃은 비에 지고 한낮에도 문은 닫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