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일 "차명계좌의 주인은, 돈을 출연한 이가 아닌 명의자"라는 판결을 내놓음에 따라 대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수사에 착수했던 일명 '삼성특검'은 삼성그룹이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별도의 자금을 관리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특히 특검은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던 전략기획실 재무라인 임원들이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도 확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출연자가 예금명의자를 배제하고 배후에 숨어 법률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주가 되는 경우가 극히 제한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체 등이 타인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예금거래를 하는 경우 기업체는 스스로 자신을 예금주라고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업체 등이 임직원 등의 명의로 기업체 자금을 예금하는데 상당한 위험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며 "차명계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모씨(48·여)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예금반환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남편이 2006년 2월 이씨 이름으로 모 저축은행에 정기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같은 해 9월 은행이 영업정지되자 예금보험공사에 보험금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남편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개설한 예금계좌에서 인출돼 돈이 입금된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청구를 반려했고, 이에 이씨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 역시 예금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씨가 아닌 남편을 실제 예금주로 하는 약정을 했다고 판단된다"며 이씨의 소를 잇따라 기각했다. 이씨 남편의 도장이 인감으로 사용된 점, 비밀번호가 남편 명의로 된 다른 예금계좌와 같다는 점 등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금출연자를 예금주라고 판단한 원심은 금융실명제 아래서의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및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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