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는 없다"고 강조해 왔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가 사실상 '리스트'에 가까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여비서의 수첩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측근은 23일 "박 회장이 스스로 입을 열어 돈 받은 사람들을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은 여비서 A씨가 갖고 있던 수첩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측근에 따르면 이 수첩은 일명 '국세청판'으로 알려진 '로비 리스트'다. 세간에는 태광실업이 스스로 작성해 국세청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2008년 7월 세무조사 당시 압수당한 것이다. 그는 검찰이 '박 회장이 만난 사람과 장소, 일시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는 이 수첩을 국세청으로부터 넘겨 받아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여비서 A씨도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 회장이 직접 작성한 '리스트'는 없지만 A씨가 회장의 일정을 정리한 수첩은 있으며 이것이 '리스트'라는 것이다. 여비서 A씨는 대학 졸업 후 10여년 간을 박 회장의 비서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은 박 회장의 일정을 기록한 다이어리와 돈을 인출한 날짜를 대조, 이를 근거로 박 회장으로부터 진술을 받아내고 있으며 회사 관계자들을 수시로 불러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검사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T.S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를 인용해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는 말로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 검찰은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 2명을 구속하고,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데 이어 박정규 전 청와대 수석, 장인태 전 행자부 차관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이날 오후 2∼3차례에 걸쳐 박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고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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