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2년간 줄다리기를 이어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 돌입했다.
양측은 23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혜민 FTA교섭대표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동아시아국장을 수석대표로 30여명의 협상단이 참석한 가운데 한-EU FTA 8차협상을 시작했다.
한-EU FTA는 2007년 5월 서울에서 제1차 협상을 시작한 이래 총 7차례의 공식협상이 진행돼 왔다. 양측은 지난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7차 협상 당시, 8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타결에 이른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이혜민 교섭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2007년 5월 처음 협상에 나선 이래 긴 여정을 이어왔다"며 "그동안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이슈들이 있었지만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마지막 협상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EU FTA의 체결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한-EU FTA는 한국만의 성공도, EU만의 성공도 아닌 우리 모두의 성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EU FTA 어디까지 왔나?
양측은 지난 7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공산품 관세철폐 범위를 EU의 경우 품목수 기준 3년내 99%, 5년내 100% 철폐로 잡았다.
우리측은 EU 공산품의 96%에 대해 3년내에 관세를 철폐하고, 5년안에 완전 철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 일부 민감 품목의 경우 관세철폐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산품 분야의 최대 이슈인 자동차의 경우, 관세철폐 기간은 1500㏄ 이상은 3년이내 철폐, 1500㏄ 미만은 5년에 걸쳐 일정 비율씩 관세를 감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기술표준은 각자의 국내 기준을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준에 맞춰 동등성이 있는 부분은 인정해 나가기로 한 상태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개방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인 '코러스 플러스(Kor-US Plus)'를 통신 및 환경의 일부 분야에서 적용키로 했다.
또 특혜관세 대상을 결정짓는 원산지 기준과 관련해서는 일부 품목에만 세번(수입시 관세율 부과를 위해 부여하는 코드)변경 기준을 적용하고 나머지에는 세번 변경기준과 역내생산 부가가치 기준을 함께 쓰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분야의 경우 쌀을 협상에서 제외키로 하는데 잠정 합의했으며 개성공단의 원산지 표시는 한-미FTA 방식을 원형으로 협정발효 1년 후에 한반도 역외가공 위원회를 설립해 협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세환급, 돼지고기 등 집중협의
이번 협상에서는 공산품 및 농산품 일부 분야의 관세철폐, 관세환급,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규정 등 잔여쟁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세환급은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핵심쟁점이다. 관세환급이란 역외 국가에서 부품 등 원재료를 가져와 가공 후 재수출할 때, 부품을 수입할 당시 냈던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와 달리, 주로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관세환급이 금지될 경우 생산비 증가의 부담이 크다.
EU는 FTA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재료 수출국 등의 제3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로 관세환급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원자재의 관세환급은 FTA 체결에 따른 관세철폐와 맞물려 이중혜택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반면 우리 측은 관세환급 제도는 국내법과 관련된 사안으로 EU와의 협상에 맞춰 국내법까지 고칠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혜민 교섭대표도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관세환급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이를 금지한다면 관세철폐 혜택을 훼손시킨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돼지고기도 이번 협상에서 다뤄질 주요 이슈중의 하나다. EU는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양돈강국이다.
또 우리나라의 수입 돼지고기 중 절반 가량이 EU 제품이다. 우리 협상단은 국민들이 즐겨 먹는 냉동 삼겹살의 관세철폐 시기를 한-미 FTA에서 협의한 2014년 철폐보다 더 늦추겠다는 입장이지만 EU가 주력 수출품목인 돼지고기의 관세출폐 유예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번 협상 결과는 양측 통상장관들에게 보고되며 이를 기초로 우리 측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쉬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해 FTA 협상을 최종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통상장관회담 개최 일자와 장소는 현재 양측이 계속 협의중에 있으며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별도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