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계에 '자국 건조주의' 바람이 불면서 한국 조선업계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조선협회는 23일 일본 '해사프레스'를 인용해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베트남, 카타르 등 신흥경제국들이 '자국 건조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자국 건조주의란 '자국의 자원과 물류를 수송하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각국 조선업계의 움직임으로서 중국이 그 원조다.
자국 건조주의가 새삼스럽게 대두된 것은 세계 조선업계의 극심한 불황 때문이다.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한국의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마저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흥경제국들이 도산 위기에 빠진 자국 조선업체들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선박 건조기술이 떨어지더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벌크화물선(곡물·광석·석탄 등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선창에 싣고 수송하는 화물선) 등은 한국 조선업체 대신 자국 업체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자국 건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중 특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김정은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체의 기술력이 우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이 당장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 국가가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대응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정부와 채권단에 의한 국내 후발 조선업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자국 건조주의' 바람을 맞아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