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원회는 24일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집단 사망과 관련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직무와 연관이 있다'는 산업의학계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가 나왔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임종환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와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관련 자료와 검진 기록을 분석해 타이어 생산과정에서 재료로 쓰이는 카본블랙과 초미세분진, 유기용제 등이 뇌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요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카본블랙과 유기용제, 가소제 등 여러 화합물질에 의한 협심증·본태성원발성고혈압·말초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안모씨의 최종진단서와 같은 화합물질에 의해 독성간염, 폐렴 및 흉수를 앓고 있는 박모씨의 최종진단서 등 뇌심혈관계 질환자 3명의 진단서와 소견서도 첨부해 발표했다.
대책위는 "유기용제와 카본블랙, 중금속, 가소제 등의 유해요인에 의한 직업병 유소견 진단서가 발부된 것은 직무연관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근거"라며 "그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산업재해 신청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특히 "지난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노동자들의 특수건강검진 결과 나타나고 있는 질환유소견과 최종진단서를 받은 사람들의 상병명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는 사업장의 유해요인과 관련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문제점을 밝혀내고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며 "뇌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모든 근로자의 직업적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과 사망자들에 대한 산재처리 및 보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산업의학계 학자들이 4월내로 세미나와 간담회 등의 형태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사태는 지난 2006년 이후 한국타이어와 협력업체에서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19명이 사망한 이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타이어 돌연사 직원 93명의 명단이 공개돼 의혹이 급부상했다.
이에 노동부 산하 산업보건연구원은 사망과 질병의 상관관계 규명을 위해 역학조사를 벌여 지난해 2월 이들에 대한 사망원인을 고열과 과로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대책위는 지난해 3월과 12월 "돌연사한 노동자들의 사인은 유기용제 중독"이라며 한국타이어 전·현직 사장단들과 노동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와 관련한 사망자는 모두 116명으로 늘어났고, 질환자는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