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한국식 증권거래시스템이 이식된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23일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이 23일 캄보디아 프놈펜 재정경제부 청사에서 온 뽀안 모니롯(Aun Porn Moniroth) 총리실 장관 겸 재정경제부 차관과 만나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설립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정환 이사장은 훈센(Hun Sen) 캄보디아 총리도 예방해 캄보디아증권거래소와 증권시장의 개설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거래소는 지난 2006년 11월 캄보디아 재경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캄보디아 증시 설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꾸준히 교육 및 자문 사업을 실시한 끝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합작계약은 캄보디아 정부와 거래소가 각각 55%와 45%의 지분을 출자해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경영진을 공동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거래소는 캄보디아에 한국형 증권시장 IT시스템을 제공하고, 캄보디아 정부는 증권거래소 부지 및 건물을 대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캄보디아의 증권시장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거래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장중 거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매매 형식의 국내 시스템과 달리 오전 중 2번에 걸친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거래소와 캄보디아 정부 측은 현재 현지 증권거래소 부지 선정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해외사업단 관계자는 "큰 건물이 아니라서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지 선정 때문에 일정이 크게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양측은 올해 하반기까지 합작법인 설립 및 거래소 규정 인가를 마무리해 올해 말 정식으로 증시를 개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캄보디아에는 증권시장에서 활약해야할 증권회사가 아직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캄보디아 현지에 진출해있지만 관련법과 규정이 없어서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해외사업단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캄보디아에 증권감독기구가 구성됐고 현재 증권시장 법규 및 시장운영 규정 등을 만들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전하며 곧 증권회사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이웃나라인 베트남의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증권거래소는 2000년 설립돼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 5년이 걸렸다. 캄보디아의 인구가 베트남 인구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고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 역시 베트남의 6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보다는 증권시장 정착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해외사업단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1996년부터 베트남 증권거래소 설립을 지원했고 이 덕분에 현재 베트남 증시 내 한국의 입지가 큰 편"이라며 캄보디아와 합작이 장기적으로는 거래소 측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현재 캄보디아 내 우량기업이 현지 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 동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캄보디아 기업의 주식을 매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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