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에게 봄은 아직 먼 듯 하다. 작년 9월 이후 실직한 실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6개월 넘도록 재취업하지 못하는 등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한파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4일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하면서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미취업자들의 체감은 냉랭하기만 하다.
25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구조조정, 감원, 명예퇴직, 회사부도 및 파산 등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실직자 7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18.5%(14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1.5%(617명)은 여전히 실직상태라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83.1%)은 여전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포자기'(11.7%)하거나 '창업준비'(2.9%), '취업 위한 자기계발 중'(1.9%) 이란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실직 이후 구직활동을 하면서 겪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연령이 맞지 않은 것'(46.8%)이었다. 이밖에 '내 직종에 맞는 공고가 적다'(33.7%)와 '예전 직장에 비해 처우가 맞지 않다'(17.0%) 등이 있었다.
재취업에 성공했더라도 현 직장에 만족한다는 반응은 많지 않았다. 실직 후 취업에 성공했다고 답한 응답자(140명)를 대상으로 이전 직장과 비교해 복리후생, 직급, 연봉 등 처우가 어떤지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51.4%가 '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일단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긴 했지만 이전보다 낮은 대우를 감수해야 했단 의미다. 이어 '비슷하다'(25.7%), '더 좋다'(22.9%) 순이었다.
실직 당시 느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매우 심하다'(50.3%)와 '심하다'(38.6%)가 압도적이었다. 일자리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그 어떤 고통보다 크게 와닿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실직으로 수입이 없거나 감소함에 따라 용돈 사용에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실업 전과 후의 한달 평균 용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실직 전 월 평균 용돈은 49만2,000원이었으나 실직 후에는 19만9,000원으로 절반 이상(59.6%, 29만3,000원) 줄었다. 하루로 따지면 1인당 1만원 가까이(1만6,000원→7,000원) 덜 쓴 셈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구직이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허리띠를 졸라맨 실직자들의 현실이 반영된 조사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