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커스공연단 40여명이 지난해 5월 경주 모 리조트에서 1년 간 공연을 하기로 하고 방한했으나 주체 측에서 진행 중인 리조트가 완공되지 못하면서 일부 단원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나탈리아(여,44)단장을 비롯해 9명의 공연단은 방 한 칸이 4평 남짓한 보문단지 한 여관에 남. 여 단원들이 나누어 칼잠을 자며 생활하며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다.
서커스 단원들은 수차례 경주시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여러 번 거리에 나서 1인 시위(외국인이라 시위신고가 불가능)를 벌였지만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경주시의 입장도 시간이 흐를수록 난감해 지고 있다. 개인 간의 계약관계라 나설 수도 없고 예산을 지원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저 건강검진을 해보고 리조트 관계자와 협의를 종용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서커스단을 초청한 ‘유럽파’관계자는 "리조트사와 공연단 사이에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으나 체불 임금이 해결 되지 않아 협상이 이루어 지지 않고 답보 상태로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남은 9명에 대해서는 조속한 귀국을 위해 항공료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10개월 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단원 이리나(여,24)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나 가지 못하는 딱한 상황에 처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가고시 기간을 놓쳐 공연 오기 전 다니던 학교에서 마저 제명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다른 단원 안나(여,22)는 한국에 가서 학비를 벌어 경제학박사 학위를 딴다는 꿈도 포기해야할 형편에 처했다.
싸샤(35)는 "호텔에서 제공 되는 음식은 위생상태가 매우 불결해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텅 빈 냉장고을 보여 주었다.
돈도 떨어지고 말도 통하지 않은 이국땅에서의 생활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경주시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음식이 호텔에서 제공 되고 있다고 알고 있으나 본보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리자(여,10)의 경우는 이틀 동안 컵라면 한 개로 끼니를 이은 것으로 확인 됐다.
이같은 딱한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어 한가닥 희망을 가지게 됐다. 경주지역 시민단체와 종교계 대학이 나서 이들을 위해 귀국여비 마련을 위한 공연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오는 28일, 4월4일, 4월11일, 오후 시내 상가 거리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한 시간 가량 공연을 할 예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모두가 적극 동참해 이들을 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서동 김모(56)씨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특히 경주에 대한 이들의 이미지는 이미 나빠졌겠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이들이 공연하는 날 많은 시민들이 나와 여비마련에 협조를 했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단장 나탈리아는 “희망도 기대도 없는 공연단이 한 달 남은 비자기간 내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눈가에 눈물을 글썽 했다.
김명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