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일이 벌어졌을 때 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대책'입니다.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비단이나 쪼갠 대나무에 글씨를 썼답니다. 그 시절 비단은 가격이 비싸기에 주로 대나무를 쪼개어 썼는데 이 쪼갠 대나무를 엮어놓은 형상이 '책(冊)'이며, 대나무(竹)를 쪼개어 묶어(束) 놓은 것 역시 '책(策)'입니다. 책(策)은 이로 인하여 지혜를 얻게 되므로 '꾀'라는 뜻이 파생되었고, 책(策)의 주된 내용이 도덕성을 요구하므로 '채찍' 또는 '채찍질'이라는 뜻이 파생되었으며, 인생의 길잡이가 되므로 '지팡이'라는 뜻이 파생된 글자이기도 합니다. 묘한 꾀가 '계책(計策)'이고, 채찍질하듯 하는 독려가 '책려(策勵)'이며 '산책(散策)'이라 하면 지팡이를 이리저리 흩으며 다닌다는 뜻입니다. 한(漢)나라 때 문제가 적힌 책(策)을 놓고 답을 쓰는 시험 방식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는 시험을 책(策)을 마주 대(對)하고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 '대책(對策)'이라고 했습니다. 시험은 머리를 싸매고 답을 구해야하기에 '대책(對策)'이란 말이 '상대에 대응하여 세우는 계획이나 방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태종 이방원은 치세 16년(1416)에 지난해에 든 가뭄으로 인한 민심을 달래고자 별시(別試)를 시행하는데 좌의정 하륜(河崙)에게 이르기를 “문과(文科)는 대책(對策)을 시험하고, 무과(武科)는 기사(騎射;말을 타고 가면서 활을 쏘는 것), 보사(步射;걸어가면서 활을 쏘는 것)와 롱창(弄槍;창을 쓰는 것)을 시험하라.”(文科則試對策, 武科騎步射、弄槍耳) 라고 합니다.(태종실록) 민심을 달래는 대책이 대책이었으니 대책다운 대책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대책으로 대책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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