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역 재보선이 한나라당 내 양대 세력의 계파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6일 공천심사위를 열고 후보자를 정종복 전 의원, 최윤섭 전 경주 부시장, 황수관 박사 등 3명으로 압축했다.
현재까지는 친이계의 정 전 의원의 공천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공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어느 후보가 '친박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잇는 셈인데, 한나라당으로서는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게 고민이다.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수성 전 육군대장에게 5% 이상 뒤졌다는 점도 한나라당의 고심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당초 지난주면 공천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보다 공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친이계에서는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전 의원의 공천을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의 귀국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 전 의원을 내세우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친이계는 대체적으로 정 전 의원의 공천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 전 의원이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했고, 정 전 의원 외에 정 전 대장을 맞상대할 대항마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정 전 대장이 앞서간다 하더라도 경주 지역 의원 출신이라는 점과 한나라당 후보라는 점에서 정 전 의원만한 적임자가 없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박계와 정 전 대장도 고지 선점이라는 측면에서는 앞서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기류 변화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직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에 정 전 대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박 전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선거 사무소에 개소식에는 불참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도 재보선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친박계 의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정치권은 30일로 예정된 박 전 대표의 '대구행'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 주최로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리는 '의료관광 특화전략 대토론회'에 참석한다.
경주 재보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행사이지만, 경주와 가까운 대구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행보와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또 다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로서는 본인이 나서지 않는 게 현 정권이나 지도부에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