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60년대만 해도 시골의 화장실은 커다란 독을 묻고 널빤지 두 개를 걸쳐놓은 게 전형이었죠. 앞쪽에는 예외 없이 골기와 한 장이 놓여있었고... 오늘 이야기는 ‘기와’입니다. 화장실에 두는 골기와는 거의 조금 찌그러진 것을 두었는데요, 이를 ‘옥새’라 합니다. ‘옥은 새'라는 말인데, ’새‘가 기와를 뜻하는 말로 ’안쪽으로 굽은 기와‘라는 뜻입니다. 기와가운데 ‘수막새’, 암막새‘란 게 있죠. 기와를 일 때 맨 마지막의 한 쪽이 막힌 수키와를 ‘수막새’, 암키와를 ‘암막새‘라 하잖아요? 그런데 ’기와‘을 왜 ’새‘라고 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드실 겁니다. 황순원의 ‘독짓는 늙은이’라는 소설의 제목에서 보듯 독이나 기와를 만드는 것을 ‘짓다’라고 하는데요, ‘짓다’의 옛말은 ‘딧다(ㅅ은 반시옷)’입니다. 이 ‘딧다‘의 어근 ’딧‘과 ’애‘가 만난 말이 ’디새‘로 ’기와‘의 옛말입니다. ‘새’는 ’디새’를 줄인 말이죠. ’디새’가 음운변화를 거쳐 ‘기와’가 된 것입니다. 지붕도 없어 빗물이 반인 화장실이라 튀어 오르는 액체(?)를 견디지 못해 옥새에 볼일을 보았다가 아버지께 혼난 기억이 있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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