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 인류가 자연과 싸웠던 실존의 기록이 돌에 그림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암각화다. 특히 1971년 발견된 국보 제285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거대한 바위 면에 고래, 거북, 물새 등 바다동물, 사슴, 호랑이 표범, 멧돼지, 여우 등 300여개의 동물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제작기법과 형성 전개의 독자성도 뛰어나다. 한반도 고대 문명의 수준 높은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이 암각화는 세계 암각화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특별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유산이 훼손되고 있다. 침수로 인한 암석 강도의 약화와 녹아내림, 팽창과 이완 탓이다. 훼손 복구의 필요성에는 광범위한 동의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복구의 방법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를 단계적인 댐 수위 조절 등으로 물에서 자유롭게 한 뒤 그림 자체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영위한 집단의 생활공간까지 보존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원수 공급량 부족 문제 뿐 아니라 댐 수위저하에 따른 남조류, 망간 유출 등 수질사고,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물을 추가로 공급해 왔을 때의 추가 비용도 야기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각화 보호와 수원확보를 위해 터널형으로 유로를 변경하는 공사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일자리 창출까지 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는 31일 “반구대 문제는 토목 공사를 해서 얻는 이익보다 수위를 낮추었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 할 것”이라며 “선사 유산은 유일한 것이며 손상되면 원형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곡리 암각화는 시연댐에 우선 저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설부터 착공해 수위를 낮추어 보존을 위한 여건을 회복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암각화를 물로부터 자유롭게 한 뒤 암각화면에 대한 기초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근거로 암각화의 훼손시기와 원인에 대해 규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족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광역시 김기수 문화체체육국장은 “수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은 결국 암각화의 침수와 노출을 반복해 훼손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면서 “암각화 부면 경관 변화를 최소화 하고 원수공급량 부족, 그에 따른 추가비용, 수질 악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구내 암각화 중심으로 상류 500m, 하류 200m 지점에 터널형 유로변경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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