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엉터리'입니다.
내용이 엉터리가 아니라 '엉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엉터리’라는 말은 주로 '진실되지 못한', '신빙성이 없는', '거짓의', '불량한' 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는 '엉터리'의 본래 뜻이 그런 것이 아니라 언어의 관습 때문입니다.
'엉터리'는 다음 세 가지 형태로 쓰이는 말입니다.
1. "그 사람(또는 그 물건) 순 엉터리야!!" "일을 그렇게 엉터리로 하면 안돼!!"
2. "그사람 참 엉터리없는 사람이야!!"
3. "대강 엉터리만 잡아놓고 일을 시작하려고 해!!"
1은 주로 쓰는 말이고, 2는 가끔 쓰는 말이며, 3은 잘 듣지 못하는 말이죠?
'엉터리'의 본뜻은 어떤 일을 계획함에 있어 대강의 윤곽을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엉터리다'라는 말은 '대강의 윤곽 밖에 없다'라는 뜻이고, '엉터리없다‘라는 말은 '대강의 윤곽조차도 없다'라는 말이 됩니다. 이 '엉터리'라는 말이 쓰임새가 변해오면서 '가짜' 또는 '거짓'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말입니다.
이방원이 계유정란을 일으킬 때 곽연성(郭連城)이라는 사람은 모친의 상중이었음에도 정란에 가담하여 공신에 오르고 청평군(淸平君)에 봉해집니다. 훗날 경상도 절제사로 있을 때 엉터리 문서를 만들어 백성들의 재산을 긁어모아 부자가 되는데, 죽기 전 두 첩에게 재산을 나누어주며 관기였던 작은 첩에게 죽은 뒤에 개가할 것을 염려하여 베게 밑에 숨겨 둔 칼로 눈을 찌르려다 첩이 피하는 바람에 이마를 찌르고 맙니다.
그가 죽은 후 안양(安襄)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그 뜻이 '관대하고 너그러운 공로'라 하니 참으로 대단한 엉터리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