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회장과의 금품거래 사실을 시인하면서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다.
8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에 따르면 7일 체포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5∼2006년 박 회장에게서 3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은 집사람이 빚을 갚으려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게시, 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이 3억원 외에도 비슷한 시기 두차례에 걸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7억여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금품 거래 경위와 명목을 규명한 뒤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 또는 방문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게시한 7일 "참고하겠다"며 "사과문에 대한 조사 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 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이틀간의 조사에서 검찰이 돈이 오간 정황을 상당 부분 파악, 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사 후 관건은 노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여부다. 권 여사가 받은 돈이라도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몰랐다고 하더라도 권 여사나 정 전 비서관이 청탁을 받았다면 두 사람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홍콩법인 APC의 비자금 계좌 분석이 끝나는대로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홍콩에 설립한 홍콩법인 APC는 태광비나 등 태광실업의 해외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거쳐간, 사실상의 '비자금 세탁소' 역할을 한 회사다.
APC가 거래한 홍콩의 주요은행에는 박 회장이 로비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배당 이익금 등 비자금 685억원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검찰은, 6∼7일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김원기·박관용 전 국회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추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 회장의 돈 2억원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뒤 접촉한 인사들에 대한 수사 결과도 이번주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