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월1일부터 실시키로 했던 정부의 '자동차 세금 감면 방침'이 국회에서 표류중인 가운데 오히려 자동차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된 이번 방침이 자동차 업계에 '독'(毒)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다음달 1일부터 2000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된 차의 소유주가 신차를 구입할 경우, 취·등록세의 70%를 감면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소형차는 70~80만원, 중형차는 140~150만원, 대형차는 25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취·등록세 감면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원 조건으로 내 걸었던 완성차 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및 노사 상생 방안 등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GM대우·쌍용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 사장단은 지난달 24일 고효율·친환경 자동차 신기술 개발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것과 중·소형차 및 고효율 차량의 조기 출시, 노사협의를 통한 혼류생산 및 전환배치 등 유연 생산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31일에는 현대차 노사가 생산시스템의 유연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일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감 나누기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방안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금 감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세인 개별소비세 감면은 조세특례제한법을, 취·등록세 인하는 지방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각각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조율도 끝나지 않았고 국회의 법규 개정절차도 남아 있어 예정대로 5월 1일부터 세금 감면 혜택이 시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소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따라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 GM대우 영업소 관계자는 "현재 4월 계약을 마치고 출고를 앞둔 고객들이 잇따라 출고를 연기하고 있으며 영업소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최근 신차 구입을 계획하고 있던 김모씨는 "정부의 최종 방침이 나올때까지 차량 구입 계획을 미뤘다"고 말했다. 정부의 최종 결정을 확인한 후 차량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문제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지난 2008년 1분기 30만 2320대에서 올해 1분기 25만 6,2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가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가 급감하자 GM대우와 법정관리중인 쌍용차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상하이차와의 결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차량 구입 고객 감소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쌍용차는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지난 2월 조직 개편과 더불어 임원진 모두 보수 삭감 및 복지 규모 축소를 통해 비용절감 활동에 앞장섰지만 쌍용차를 구입하려 했던 고객들이 정부의 불확실한 세제 감면 혜택 정책 등으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차량 구입을 미루고 있어 실질적인 판매 부진의 문제점에 직면했다. 결국 쌍용차가 직원의 40% 가량을 감원하려 하는 것도 이같은 부진 여파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활기를 잃은 것은 GM대우도 마찬가지다. GM대우는 이미 미국 GM본사의 파산 우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 부진까지 겹쳐 울상짓고 있다. 한편 정부의 세금 지원 조건인 2000년 1월 1일 이전에 등록한 차량을 보유한 사람에 관한 기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2000년 이전 등록 차량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발표되지 않으면서 수십 만 원짜리 중고차를 지금 샀다가 몇 달 뒤 대형차를 사면 250만원의 감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세금감면 대책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만 되면 최대한 빨리 시행할 방침이라면서도 자동차 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질적인 자동차 세금 감면 방침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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