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현금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2008년 현금성 자산' 자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2008년 말 현재 현금성자산은 총 69조1,301억원(1사 평균 1,252억원)으로 2007년 말(62조9,994억원)에 비해 6조1,308억원(+9.73%)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2개 항목으로 나뉜다.
현금성 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조3,983억원(26.06%) 증가했다. 2007년 12월 32조2,268억원에서 2008년 12월 40조6,250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은 2조2,675억원(7.37%) 감소했다. 2007년 12월 30조7,726억원에서 28조5,05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0대 그룹은 현금성자산 비중을 늘려 현금 보유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총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2007년 12월 35조8,120억원에서 2008년 12월 41조8,566억원이 됐다. 이는 16.88%(6조446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와 '투자 환경 악화'를 꼽았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두산 그룹 등이다. 두산 그룹은 1월 두산중공업이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방위산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자구노력 끝에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국내 은행들도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에 맞추기 위해 자산건전성에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기업들이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은 투자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금성 자산 중 현금 보유액은 커진 반면 단기 금융상품 형태 보유액은 줄어든 점은 1년 이내 초단기 금융상품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 경향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