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를 11∼12일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1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에 따르면 11일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권 여사와 이날 대검찰청에 출석한 건호씨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참고인' 신분이다. 검찰은 11일 수사팀 검사 2명을 파견, 권 여사를 부산지검 조사실로 불러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11시간 가까이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검찰은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2007년 6월 박 회장에게 받은 100만 달러,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지난해 2월 건네받은 500만 달러 등의 명목·용처 등을 캐물었다. 권 여사는 조사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의 내용 대로 빚을 갚기 위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여사는 그러나 '빌렸다'는 100만 달러의 사용처와 관련, 차용증 또는 채무변제 이후 작성한 영수증 등의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회한 변호인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실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 여사가 받은 돈은 총 13억원"이라고 밝혔다. 2007년 6월 미화(달러)로 받은 10억원 이외에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아 썼다는 3억원도 모두 권 여사가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연철호씨는 체포시한이 만료돼 석방했다. 건호씨는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나 5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고, 돈이 건너간 연씨의 투자회사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07년 6월 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권 여사에게 전달된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도 건호씨의 유학비용으로 쓰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600만 달러의 주인을 밝히는 데 두 사람의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권 여사와 건호씨는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참고인 신분"이라며 "권 여사의 경우 현재로서는 다시 부르거나 사법처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연씨와 건호씨는 이번주 초 1∼2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과 관련 세번째 글을 올려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만표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시기·방법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세번째 글에 대해 "진실 규명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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