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올해 안에 330㎡(100평) 안팎의 소평 점포를 개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대방동, 송파구 가락동에 330㎡(100평) 안팎의 소형 점포 3곳의 부지를 확보하고 연내에 소형 이마트 점포 개점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 3300㎡(1000평) 이상 규모인 대형마트를 주로 운영하던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 대형 점포를 열수 있는 유휴부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점포 면적과 상관없이 소형점포라 하더라도 상권 효율성을 감안해 추가 출점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유통업계에서는 660㎡(200평) 미만의 점포를 슈퍼마켓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은 슈퍼마켓보다는 다소 규모가 크지만 편의시설 등을 포함하고 있는 소형 점포인 대형슈퍼마켓(SSM, Super Super Market)이라는 형태로 주택가 등에 진출하고 있다.
신세계의 소형 점포는 아파트나, 오피스가(사무실 밀집지역) 등을 중심으로 입점될 예정인 데다 3300㎡ 미만인 소형 점포라는 점에서 동네 슈퍼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아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신세계 측은 신세계 이마트를 그대로 축소한 작은 규모의 점포일 뿐 신규사업(SSM사업) 진출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소평 포맷 이마트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이고 신규사업 진출은 아니다"라며 "규모만 작을 뿐 이마트의 상품 구성이나 판매가격 등을 그대로 유지해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 소형 포맷 점포는 이마트의 기존 신월점, 수서점처럼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계획”이라며 “점포들은 상권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상품구성을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며 기존 이마트 상품구성의 압축적인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KOSA) 측은 “상권이나 규모면에서 동네 슈퍼마켓과 다를 바가 없고 이는 신세계의 대형슈퍼마켓(SSM)사업 진출이나 마찬가지”라며 “유통업계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이마트가 동네 골목 상권까지 침투하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위협 받게 된다”며 우려했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마트가 SSM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규모를 줄이고, 아파트나 주택가 등에 입점을 하게 되면 SSM과 다르지 않다”며 “대기업이 백화점, 할인마크, 동네 슈퍼마켓까지 장악하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또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등장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으며 그나마 틈새시장을 공략해 살아남은 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이 틈새까지 대기업이 침투한다면 슈퍼마켓은 물론, 제과점, 세탁소 등과 같은 동네 상권이 무너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는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이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미 시작됐었다. 롯데는 2001년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사이의 중간 규모 점포인 ‘롯데슈퍼’ 사업을 시작해 현재 11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GS리테일도 대형 슈퍼마켓인 ‘GS수퍼’ 10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2004년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해 131개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신세계 비롯해 대기업들이 대형슈퍼마켓 사업을 가속화하자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4일 긴급회의를 소집, 대책을 강구한 뒤 다음주에 기자회견이나 대규모 집회 등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