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조용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7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의 조찬 회동이 언론에 알려지자 전날 이를 취소한데 이어 여야 지도부가 일제히 4.19혁명 49주년을 맞아 수유리 4.19묘역을 찾은 19일을 피해 18일 지역 관계자들과 묘역을 참배했다.
17일 예정됐던 박 대표와의 조찬 회동은 귀국 인사를 겸한 일반적인 만남이었지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회동 장소가 알려지자 박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무악재와 한강을 건너지 않겠다'며 정치인들과의 만남에 선을 그은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월은 4.29재보선과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 등 민감한 일정이 맞물려 있어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최근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야당의 주장을 근거로 자신의 공천비리 헌금 수수설을 보도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낸 형사고소와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취하했다.
지난 1일에는 2010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북 축구 국가대표 경기를 한나라당 지도부와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당 지도부와의 조우가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 것을 우려해 취소한 바 있다.
이밖에 그는 13일 순천대 총학생회 초청 특강도 취소했으며, 중앙대 국제관계대학원 객원교수로서의 강연도 5월 이후에나 시작할 계획이다.
이 전 의원은 당분간 이처럼 조용하고 낮은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나, 그의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10월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로 입성할 것이라는 구상도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4.29재보선에서 참패해 현 지도부의 정치력이 위축될 경우 여권 개편 차원에서 이 전 의원의 리더십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경주는 물론 울산 북구에서도 '박풍(朴風)'이 부는가 하면, 정수성 후보 '사퇴종용 논란'으로 '박심(朴心)'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의 단결을 위해서는 과거 '군기반장'이라고 불렸던 그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집필 중인 이 전 의원의 저서 '나의 꿈, 조국의 꿈'이 7월께 출간되면 그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 지형의 디자인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와도 4.29재보선이 끝난 5월께 다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 전 의원이 강연을 시작하는 등 외부 접촉을 늘려가는 5월 부터 이재오의 '정치 기지개'는 시작될 것이며, 이후 여권내에 변화의 파장이 급속하게 퍼져나가게될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