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각 기업들의 설비투자계획이 전년대비 7.3% 감소하면서 7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2002년 IT버블 발생 이후 첫 감소세다. 1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2009년도 상반기 산업별 설비투자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특히 제조업의 투자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2002년 전년대비 -4.5%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올해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7년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 IT산업 설비투자 '반토막' 우선 지난해보다 17.4%나 줄어든 제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반도체와 8세대 증설투자가 축소된 LCD 등의 부문에서 성장세가 크게 뒤쳐지면서 IT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49.6%)에 그쳤다. 비IT 업종 중에서는 GM대우, 쌍용차 등 덩치 큰 회사들마저 쓰러질 위기에 처한 자동차산업(-23.8%)과 투자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조선업(-16.1%)도 제조업의 설비투자 감소를 견인했다. 그러나 철강(50.3%)과 석유정제(49.4%) 산업의 신제강·고로 증설 및 중질유 고도화 설비 등 대규모 계속사업에 힘입어 비IT산업 전체는 전년보다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비제조업은 전기·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7.1% 증가했다. 발전소와 청정에너지 공급시설 증설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인 전기·가스업종은 지난해보다 25.9% 증가했다. 산은 관계자는 "비제조업보다 제조업, 제조업 내에서도 IT산업의 부진이 심각하다"며 "IT산업은 제조업의 설비투자를 주도했으나 최근 투자부진으로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에는 23.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내에서 IT산업의 설비투자 비중은 2005년 48.1%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나 2006년 42.8%, 2007년 41.1%, 지난해 38.5%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 '수요부진→투자위축' 악순환 설비투자 부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요가 큰 폭 줄어든 이유가 크다. 제조업 설비투자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수요부진(56.8%) 때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15.6%), 자금조달난(11.4%), 설비과잉(8.5%), 수익성저하(7.7%) 등을 꼽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40.3% 감소될 것으로 전망돼 외환위기 때와 거의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경제전반에 불안심리가 만연돼 있단 점에서 올해의 실제 설비투자는 계획치(-7.3%)보다 감소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장단기 활성화 대책 필요 이에 산은은 단기적으로 수요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지출을 확대해 설비증가를 유도하고 기업구조조정을 강화, 생존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지원되도록 금융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일몰 시한을 연장하고 현행 투자금액의 3~10%로 돼있는 공제비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태펀드를 확대하거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해 투자자금을 공유(pooling)함으로써 투자리스크를 분산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같은 정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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