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4.2%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0%로 당초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IMF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IMF는 한국시각으로 22일 밤 10시 (현지시각 오전 9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물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갭(경제가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적 공급능력에 총수요의 크기가 미치지 않는 경우의 그 차액) 등으로 올해 1.7%의 안정세를 보인 후 내년에 3%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는 올해 GDP 대비 2.9%, 내년에 3.0% 등 3.0% 내외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1.3%, 내년 -1.9%로 전망했다. 앞서 IMF는 올해 1월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0.5%, 내년 3.0%로 내다봤다. 지난 3월에는 올해 -1.0~-0.5%, 내년 1.5%~2.5%의 세계경제 성장률을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G-3, 신흥국 등 대부분 하향 조정...한국만 '유지'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3개국(G-3)과 신흥국 등 거의 대부분의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했으나 한국에 대해서만은 올해의 경우 당초 전망(-4.0%)을 유지했다.
또한 G-3의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예상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에는 경제성장률 0.0%를 기록하며 회복속도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금융기관의 부실, 큰 폭의 주택시장 조정 및 높은 가계부채 비율로 글로벌 신용위축에 가장 극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8%, 내년 0.0%였고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4.1%, 내년 -0.4%였다.
유로지역은 금융시장의 불안, 일부 국가의 주택시장 조정 및 수출 감소로 올해 -4.2%, 내년 -0.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제조업의 수출이 급감해 이에 따른 국내 투자위축으로 올해 -6.2%, 내년 0.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 개발도상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 1.6%, 내년 4.0%로 전망했는데 특히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제조업 수출의 급감으로 동아시아 수출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중국과 인도는 성장률이 급감하겠으나 꾸준한 내수 증가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포함한 아시아신흥공업국 회복세 당초 예상보다 '완만'
IMF는 또 내년에 G-3의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포함한 NIEs(아시아신흥공업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5.6%, 내년 0.8%였다.
이밖에 주요국별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2.8%, 0.0% ▲유로 -4.2%, -0.4% ▲독일 -5.6%, -1.0% ▲프랑스 -3.0%, 0.4% ▲영국 -4.1%, -0.4% ▲이탈리아 -4.4%, -0.4% ▲캐나다 -2.5%, 1.2% ▲일본 -6.2%, 0.5% ▲중국 6.5%, 7.5% ▲인도 4.5%, 5.6% ▲호주 -1.4%, 0.6% ▲아르헨티나 -1.5%, 0.7% ▲브라질 -1.3%, 2.2% ▲인도네시아 2.5%, 3.5% ▲멕시코 -3.7%, 1.0% ▲러시아 -0.6%, 0.5% ▲사우디 -0.9%, 2.9% ▲남아프리카공화국 -0.3%, 1.9% ▲터키 -5.1%, 1.5% ▲홍콩 -4.5%, 0.5% ▲싱가포르 -10.0%,-0.1% ▲대만 -7.5%, 0.0% 등이다.
아울러 IMF는 올해 및 내년의 세계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선진국의 금융시장이 올해 하반기까지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제하는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정상화 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선진국의 민간여신이 내년까지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신흥국의 대외차입 여건도 어려울 것으로 전제했다. 향후 경제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나 금융 불안과 실물침체간의 악순환 가능성, 기업 및 가계부도 위험, 주택경기 추가침체 소지,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하방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IMF 올해 한국성장률 -5%중반까지 내다보기도"..."-4.0%는 비관적"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IMF가 수정전망치를 발표하기 전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0% 중반까지로 봤었다"며 "그러나 2월 산업동향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어느 정도 나올 지를 설명하자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으나 우리나라는 당초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4.0%는 비관적으로 IMF가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정부 전망치인) -2%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0%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IMF가 -4.0%를 전망한 것은 조심스럽고 비관적으로 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 주요 7개국(G-7)이 1~2% 성장할 때 우리는 2~3% 성장했기 때문에 만일 내년에 이들 나라가 0% 성장하면 우리나라는 1.5% 성장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IMF가 내년도 성장률을 당초 4.2%에서 1.5%로 바꿨는데 이는 IMF가 기본적으로 G-3 국가와 우리나라와의 상관관계가 높아 이들 나라의 경제회복이 올해 하반기 이후 나타날텐데 그 성장속도보다는 우리나라의 성장속도가 빨라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 고려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경제의 영향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줘 G-3국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 G-3 국가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는 면을 고려해야 맞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해 IMF는 구체적인 수치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전체 경기 개선의 흐름 등 거시경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준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IMF가 5번째 연달라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국제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계경제의 동향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근거없는 낙관과 지나친 비관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