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만능인 지금이야 마우스 하나로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전엔 선 하나라도 바르게 그으려면 자가 있어야하고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려면 컴퍼스가 있어야 했죠.
오늘 이야기는 ‘그림쇠’입니다.
‘그림쇠’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름이나 선의 거리를 재는 기구. ≒규구(規矩)]라 나와 있습니다. 아마 사전이 잘못되었을 겁니다. 그림쇠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기구거든요. 컴퍼스나 디바이더를 일컫는 말입니다. 컴퍼스로 원의 지름이나 선의 길이를 잴 수가 없죠.
사전에서 '그림쇠'와 비슷한 말로 '規矩'라 했는데, '規'는 '그림쇠 규' 또는 '동그라미 규'입니다. '법규(法規)'나 '규칙(規則)'이라는 말에 쓰이는 글자죠. '그림쇠'가 반지름이 일정하게 원을 그리는 기구이므로 '일정한 틀'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矩'는 'ㄱ'모양으로 생긴 자를 뜻하는 '곱자 구'입니다. 따라서 '規矩'는 원이나 직각을 그리는 '컴퍼스와 곱자'라는 말입니다. 곱자에 눈금을 새겨 놓으면 길이를 잴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