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산 바달재를 울고넘는 우리님아 /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료”로 시작되는 ‘울고넘는 박달재’라는 노래가 있죠? 오늘 이야기는 '물항라'입니다. 옷감을 투시해서 알몸을 볼 수 있다는 안경이 있다고 한동안 들썩였죠? 옷을 입는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몸을 가리는 것도 그중 한 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날씨가 더울 때면 잠자리 날개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더라도 얇은 옷감의 옷을 입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하고 근본적인 욕구인지 모릅니다. 노랫말에서 '물항라 저고리'는 '물들인 항라 저고리'라는 말입니다. 항라는 일종의 천 이름인데요, 직조방법이 다른 천과는 좀 다르답니다. 주로 마름모꼴로 짜는데, 날실의 위치를 중간 중간에 바꾸어 주거나, 한 번씩 걸러 주어서 독특한 문양이 만들어지도록 짭니다. 게다가 아주 가는 실로 짜기에 반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얇은 천입니다.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짜여 졌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불국사 석가탑에서 항라조각이 나왔는데 신라시대이전부터 짜여 졌다고 생각됩니다. 속살이 설핏설핏 비치는 항라는 시원한 여름 옷감으로 또는 커튼감으로 지금도 고급직물에 속합니다. 고개마루에서 비에 젖은 물항라 저고리의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은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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